이사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부터였습니다. 매일 정확히 자정이 되면 윗집에서 규칙적인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쿵, 쿵, 쿵 하고 방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걸어가는 듯한 소리가 꼭 10분 남짓 이어지다 뚝 멈췄습니다.
처음엔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이웃이겠거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매일 같은 시각,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니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참다못해 인터폰으로 몇 번 항의를 해봤지만 응답이 없었습니다.
결국 관리사무소에 문의했습니다. 직원분이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조심스럽게 그 호수는 5년 전부터 소유주와 연락이 끊겨 계속 비어있는 공실이라고 알려주시더군요. 등기부상 주인은 있지만 실거주자는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혹시 다른 층에서 나는 소리가 착청된 게 아닐까 싶어서 아래위 여러 집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다들 저와 비슷한 시각에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는 했지만, 신기하게도 각자 자기 집 바로 위에서 들린다고 했습니다. 즉, 소리가 한 곳이 아니라 매 층마다 따라다니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거죠.
관리사무소에서 오래 근무하신 경비 아저씨께 넌지시 여쭤봤더니, 5년 전 그 집에 혼자 사시던 할아버지 한 분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는데 자녀분들과는 오래전부터 왕래가 끊겨 있어서, 장례 후로 집을 정리하러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매일 밤 방 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니시던 분이었다고, 잠이 없으셨는지 모르겠다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이상하게 발소리가 무섭기보다 조금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지금도 자정이 되면 그 소리를 굳이 신경 쓰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그 시간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다릴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