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동기가 직접 겪었다며 술자리에서 몇 번이나 진지하게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 전역한 선임이 한 명 있었답니다. 평소 잘 챙겨주던 좋은 선임이라 다들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 동기 휴대폰으로 모르는 번호가 걸려 왔답니다. 받아보니 다름 아닌 그 선임의 목소리였다고 합니다. 잘 지내냐고, 부대 생활 할 만하냐고요.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통화했다고 하네요.
통화 내용은 평범한 안부와 부대 생활 잘하라는 인사말 정도였답니다. 그런데 통화 말미에 선임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이제 진짜 못 볼 것 같다고, 그동안 고마웠다고요. 동기는 전역했으니 앞으로 자주 못 본다는 뜻인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답니다.
며칠 뒤, 동기들 단체 채팅방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그 선임이 사실 전역한 게 아니라, 전역을 코앞에 두고 휴가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날짜를 따져보니, 동기가 전화를 받은 그날이 다름 아닌 발인 다음 날이었다고 합니다.
놀란 동기는 통화 기록을 다시 확인해보려 했지만, 그 번호로 걸려온 통화 내역 자체가 휴대폰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답니다. 분명히 통화했던 기억은 생생한데,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일처럼요.
동기는 지금도 그 선임 얘기가 나오면 표정이 굳는다고 합니다. 무서워서라기보다, 마지막 인사를 그렇게 남기고 간 선임에게 뭔가 더 해주지 못한 것 같은 미안함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저도 알 길이 없지만, 그 이야기를 할 때 동기의 표정만큼은 거짓말 같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