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로 일한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신입 시절 겪은 일 중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게 하나 있어서 적어봅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매물 장부를 정리하다가 눈에 띄는 집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인데 시세보다 무려 1억 가까이 저렴하게 나와 있었거든요. 신이 나서 마침 집을 보러 오신 손님께 제일 먼저 소개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저를 조용히 불러 세우더군요. 그 집은 진짜 마지막에, 그것도 손님이 꼭 필요할 때만 보여주라고요.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표정이 평소와 달리 진지했던 것만 기억납니다.
궁금증을 못 이긴 저는 며칠 뒤 사무실에 남아 그 집의 예전 계약서와 등기부등본을 몰래 뒤져봤습니다. 놀랍게도 최근 2년 사이 세입자가 세 번이나 바뀌어 있었어요. 그것도 하나같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마치 도망치듯 중도에 나간 기록이었습니다.
선배에게 조심스레 물었더니 선배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이렇게 얼버무리더군요. 집 자체가 문제라기보단, 이상하게 그 집만 보여주면 손님들이 그날 바로 다른 집을 계약한다고, 그러니까 진짜 마지막 카드로만 쓰라는 거라고, 일종의 영업 비밀이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 마음에 걸렸습니다. 며칠 뒤 그 집을 손님과 함께 둘러보러 갔다가, 현관 옆 낡은 담벼락에 색이 다 바래 형체만 겨우 남은 부적 자국을 발견했거든요. 선배도 그걸 봤는지 못 봤는지, 아무 말 없이 서둘러 다음 집으로 손님을 안내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그 매물 이야기를 다시 꺼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 부적 자국이 떠오르지만, 애써 묻지 않는 게 서로에게 낫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