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낚시 경력만 20년 가까이 되는 사람입니다. 웬만한 일에는 잘 놀라지 않는 편인데, 몇 년 전 그날 밤만큼은 지금도 이야기할 때마다 목소리가 떨립니다.

그날은 평소 자주 가던 저수지에 혼자 밤낚시를 하러 갔습니다. 평일 밤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저는 늘 앉던 자리에 텐트와 의자를 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밤 열 시쯤부터 입질이 뜸해지면서 슬슬 졸음이 몰려오더군요.

깜빡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뜬 건 자정이 조금 지나서였습니다. 몸이 이상하게 무거웠습니다. 눈은 떠져 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에 쥐가 난 건가 했는데, 온몸이 그런 상태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이었습니다.

가위에 눌린 채로 눈만 겨우 움직여 주변을 살피는데, 바로 옆자리, 원래 아무도 없던 그 자리에 낚시꾼 한 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습니다. 저처럼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을 바라보고 있는 뒷모습이었습니다.

이상한 건, 제가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분명 그 자리엔 아무도 없었다는 겁니다. 인기척도, 차 소리도 못 들었는데 어느새 사람이 와서 앉아 있는 게 말이 안 됐죠. 그런데도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말을 걸 수도, 확인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미동도 없이 계속 같은 자세로 물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제발 몸이 움직이기를, 아니면 저 사람이 뒤라도 한번 돌아봐주기를 바라며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고 그저 눈알만 굴리며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도 그 사람 어깨 위로 옅은 김 같은 게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추운 날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몸이 풀리면서 저는 벌떡 일어나 앉았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온몸이 식은땀으로 축축했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옆자리를 다시 봤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습니다. 낚싯대도, 의자도, 그 어떤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춰봤지만 발자국 하나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분명 봤던 그 자리 풀숲은 눌린 흔적조차 없이 멀쩡했습니다.

너무 놀라서 그날은 짐을 서둘러 챙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음 날 낮에 다시 그 저수지에 가서 관리하시는 분께 혹시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적이 있는지 여쭤봤습니다. 관리인분은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몇 년 전 그 근처에서 밤낚시하던 사람이 실족으로 물에 빠져 변을 당한 적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정확히 어느 자리였는지는 당신도 잘 모른다고 하셨지만요.

그 뒤로 저는 그 저수지에 갈 때마다 그 자리만은 피해서 다른 곳에 앉습니다. 낚시 동호회 사람들한테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단순히 피곤해서 생긴 가위눌림 아니냐고 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날 본 뒷모습이 너무 또렷해서,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대로 떠오릅니다.

몇 달 뒤 동호회 정기 모임에서 우연히 그 이야기를 꺼냈더니, 저와 비슷한 시기에 그 저수지를 자주 다니셨다는 어르신 한 분이 조용히 손을 드셨습니다. 자기도 몇 해 전 겨울, 딱 그 자리 근처에서 가위에 눌린 채로 낚시꾼 형체를 본 적이 있다고, 그때는 부끄러워서 아무한테도 말 못 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저 혼자만 겪은 일이 아니라는 게요.

요즘 살목지처럼 저수지 괴담이 여기저기서 화제라던데,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 일 같지가 않습니다. 밤낚시를 오래 다니신 분들이라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 하나쯤은 갖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로 저는 밤낚시를 갈 때 되도록 혼자 가지 않으려 합니다. 그리고 만약 낚시 도중 옆자리에 낯선 인기척이 느껴진다면, 굳이 확인하려 들지 말고 그냥 조용히 짐을 정리해서 자리를 옮기는 게 낫다는 것도, 그날 이후로 제 나름의 원칙이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