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에 벌어진 일입니다.
지금도 그게 뭐였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그저 하루라도 빨리 잊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당시 저는 막 상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할아버지께 받은 언제적 것인지 모른 너덜너덜한 도쿄 지도를 손에 들고,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그저 헤매고 있었습니다.
상경을 한 이유는 일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지방에서 직장을 얻지 못한 저는 먼 친척에 의지해 이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직장은 몰라도 살 곳은 싸게 제공해주마."
삼촌인 그 사람은 전화통화로밖에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던지라 정말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들었던 불안감은 어떤 예감 같은 것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목적지인 아파트에 도착했을 땐 이미 날이 저물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에는 덩치 큰 아주머니가 서계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많이 지치셨죠? 안내하겠습니다."
저는 안내를 따라 어두침침한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간 장소가 바로 그 건물인 게 아니라 건물 자체가 안쪽으로 더 뻗어있어서인지,
저는 왠지 모를 압박감이 느껴졌습니다. 잡초도 아무렇게나 자라있었습니다.
실제로도 날이 저물긴 했지만, 꼭 어두운 동굴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어느샌가 아주머니 등에 붙어있던 파리가 묘하게 무섭게 느껴진 저는
짐을 꼭 안아들며
"이야 정말, 도쿄는 처음인데 사람이 엄청 많더라고요~"
라며 큰 목소리로 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가 뒤를 돌아보며 "조용히!!!" 라며 호통을 쳤습니다.
저는 그때 그 아주머니가 여장한 삼촌임을 알았습니다.
호통치던 그 목소리가 남자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의기소침해진 저는 도시의 무서움을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그곳이 정말 이상한 곳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방은 비린내가 나는 것을 빼면, 가구도 전부 준비되어 있어서 불만거리라 할 만한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도쿄의 집세는 아무리 지인을 통해 제공받은 것이라 해도 9만 엔은 너무 비쌌습니다.
6평 방 하나에 마루가 벗겨진 주방.
물도 고여있었습니다.
그래도 제 전용 화장실이 있는 건 기뻤습니다.
하지만 좌변기에서는 여름 열기 때문에 엄청난 악취가 풍겨왔습니다.
뚜껑을 닫아놔도 냄새가 계속 났습니다 …
아주머니 … 아니, 삼촌의 두꺼운 화장은 번쩍번쩍 빛났고,
확 풍겨오는 화장품 냄새가 구토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화장을 지우고 온 삼촌이 전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찾아와서 인사를 하셨습니다.
"먼 곳까지 오느라 고생했어.
볼일 때문에 마중을 못 나가서 정말 미안해.
여성분이 대신 맞아줬을 텐데, 어땠어?"
"네?"
"예뻤어?"
그렇게 말한 통통한 체형의 삼촌은 제 눈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아이라인이라고 해야 할까요? 눈 주변에 아직도 화장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딱히 … 잘 …"
제 애매한 대답에 삼촌은 노골적으로 기분이 나빠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방안을 맴도는 묵은내와 제 땀 냄새, 삼촌의 화장품 냄새가 바람도 불지 않는 집에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날 밤, 지친 저는 비치되어있던 먼지 냄새가 가득하고 뻣뻣한 이불에 들어가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어두운 방 안에 여럿이서 움직이는 뭔가가 보였습니다.
기척? 소리라 해야 할까,
썩은 내라고 해야 할까 ….
아무든 뭔가가 제 이불 주변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습니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몇 곳을 골라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할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고, 저는 카페에서 커피를 시켜다 앉아
거리의 소음에 떨었고, 내가 작아지고 외로운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문득 저는 커피잔을 든 손목에 시선이 멈추었습니다.
… 잇자국?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잇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저는 잠결에 깨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내 것보다 훨씬 작은 잇자국이 난 손으로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장소는 그 아파트였습니다.
저는 삼촌이랑 다시 만나면 어쩌지? 하고 두려움에 떨며
집에 돌아가 문을 잠갔습니다.
피비린내는 어느 정도 가셨지만, 대신 화장품 냄새가 방안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ipiroroh/221305252279?recommendTrackingCo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