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주인공인 김 기사는 14톤 윙바디 트럭을 모는 10년 차 베테랑이었어. 그날은 지방에서 짐을 다 내리고,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텅 빈 '공차' 상태로 굽이진 산길 국도를 타고 올라오는 길이었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안개가 너무 짙어서 상향등을 켜도 시야가 10미터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어.

새벽 2시 반. 라디오 주파수마저 잡히지 않아 지지직거리는 백색소음만 운전석을 채우고 있었어. 텅 빈 짐칸 덕분에 트럭은 가벼웠고, 엑셀을 밟는 대로 부드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지. 그런데, 인적 하나 없는 굽은 산길을 막 도는 순간이었어.

쿵-!

트럭 지붕인지 짐칸인지 모를 어딘가에서, 마치 사람만 한 커다란 고깃덩어리가 높은 곳에서 툭 떨어진 것 같은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가 났어. 김 기사는 깜짝 놀라 브레이크에 발을 얹었지만, 칠흑 같은 산길 한가운데서 차를 세우는 건 더 위험하다고 판단했어. '야생동물이라도 쳤나?' 싶어 백미러를 확인했지만, 붉은 테일램프 불빛에 비친 안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

진짜 공포는 그 직후부터 시작됐어.

분명 짐을 다 비운 공차 상태인데, 트럭이 눈에 띄게 무거워진 거야. 평소라면 가볍게 치고 올라가야 할 얕은 오르막길에서 엔진이 굉음을 내며 헐떡거렸어. 기어를 낮추고 엑셀을 깊게 밟아도 RPM만 미친 듯이 치솟을 뿐, 속도는 시속 40km를 넘기지 못했어. 마치 뒤에서 수십 톤짜리 쇳덩이를 매달고 질질 끌어당기는 것 같은 섬뜩한 저항감이었지.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어. 타이어 펑크나 엔진 고장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거든. 무언가 엄청나게 무겁고 서늘한 것이 짐칸에 '실려 있다'는 직감이 본능적으로 들었어.

가까스로 산길을 빠져나온 김 기사는 멀리 보이는 허름한 국도변 휴게소 주차장에 차를 세웠어. 가로등도 몇 개 꺼져 있어서 희미한 주황색 불빛만 감도는 곳이었지. 운전석에서 내린 그는 장대비를 맞으며 손전등을 켜고 트럭 뒤쪽으로 걸어갔어. 타이어는 멀쩡했어. 떨리는 손으로 잠금장치를 풀고 윙바디 짐칸의 뒷문을 열었지.

끼기긱-

안은 텅 비어 있었어. 당연했지. 상차한 짐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손전등 불빛이 짐칸 바닥을 훑는 순간, 김 기사는 숨을 헉 들이마셨어. 먼지가 얇게 깔린 짐칸 바닥에, 물에 흠뻑 젖은 거대한 발자국이 찍혀 있었던 거야.

사람의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비정상적으로 길고 발가락이 기괴하게 벌어져 있었어. 그 축축한 발자국들은 짐칸 끝에서부터 시작해, 운전석과 맞닿아 있는 짐칸 제일 안쪽 격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 흔적을 남기고 있었지. 그리고 발자국이 끝나는 맨 앞쪽 벽면에는, 진흙과 빗물이 섞인 무언가가 철판을 마구 긁어내린 듯한 처참한 손자국들이 가득했어.

마치, 짐칸에 올라탄 무언가가 벽을 뚫고 운전석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발버둥을 친 것처럼 말이야.

그 순간이었어. 김 기사가 시동을 켜둔 채 문을 열어둔 운전석 쪽에서, 라디오의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뚝 끊기더니 아주 미세하지만 분명한 소리가 들려왔어.

후우... 후우...

자신이 방금 전까지 앉아있던 운전석 바로 뒤, 기사들이 쪽잠을 자는 좁디좁은 간이 침대 칸에서 들려오는 축축하고 거친 숨소리.

김 기사는 짐칸 문을 닫지도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손전등을 내던지고 휴게소의 밝은 불빛을 향해 미친 듯이 도망쳤어.

다음 날 날이 밝고 경찰과 함께 트럭으로 돌아갔을 때, 짐칸의 기괴한 발자국은 흔적도 없이 말라붙어 사라져 있었어. 하지만 운전석 뒤쪽 침대 칸의 매트리스는, 마치 밤새 누군가 흠뻑 젖은 채로 웅크려 앉아 있었던 것처럼 시커멓고 축축하게 얼룩져 있었다고 해.

그 후로 트럭 기사들 사이에서는 불문율이 하나 생겼어. 비 오는 새벽, 텅 빈 짐칸의 트럭이 갑자기 무거워진다면 절대 차를 세우고 뒤를 확인하지 말 것. 룸미러로 운전석 뒷공간을 쳐다보지 말 것. 그리고 무엇이 목적지든 간에, '그것'이 제 발로 내릴 때까지 절대 멈추지 말고 달릴 것.

밀폐된 공간이 주는 압박감과 기계적인 이상 현상이 결합된 공포는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 앞으로 만들 괴담 커뮤니티에도 이런 텍스트의 몰입감을 극대화한 서늘한 명작들이 가득 채워지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