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적, 분명 그날 책상 서랍에 넣어놨을 것이다 …

이 사실을 떠올린 저는 재빨리 부적을 꺼냈지만
바로 아저씨에게 어깨를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다시금 전신에 쇼크가 찾아와 정신이 아득해지던 그 순간, 방 미닫이문이 열렸습니다.


열린 문에 서있는 사람은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준 것과 같은 부적을 들고서 아저씨에게 호통쳤습니다.



"그 아이를 데려가는 건 제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바로 염불을 외며 저와 아저씨에게 천천히 다가오셨습니다.

아저씨는 부적을 두려워하는 듯 뒤로 물러나며 저를 놓아주었습니다.



"당신이 가야 하는 곳은 저쪽이에요! 혼자서 가도록 하세요!!"



어머니는 그렇게 호통을 치신 뒤 다시 염불을 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화낼 건 없잖아 …"



아저씨는 슬픈 듯 말하고는 터널이 이어지는 복도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벽 속으로 아저씨가 모습을 감춘 뒤, 복도에서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형과 누나의 목소리였습니다.


어머니는 잠깐 경을 외던 것을 멈췄습니다만, 그 순간 아저씨가 움직임을 멈추는 것을 보고
다시 경을 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완전히 벽 속으로 사라지고 빛의 터널도 함게 사라지고 나서야
경을 외는 것을 멈추고 힘이 빠진 듯 그 자리에 주저앉으셨습니다.
겨울밤이었는데도 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고,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형과 누나가



"방금 뭐였어요? 벽에 사람이 ..!!"



라고 말하며 제 방으로 들어오자 어머니는 갑자기 일어나 우리를 안고 울기 시작하셨습니다.
저도 함께 엉엉 울었습니다.

형과 누나가 조금 당황한 듯한 얼굴을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소동을 듣고 그제야 아버지가 위층으로 올라오셨습니다.



"여보! 역시 이 방은 안돼! 
유스케를 데려가려고 했다구!"



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시자, 아버지는 조금 당황한 듯 입을 다물고 계셨습니다.



"여보, 아직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거야?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거냐고!"



어머니는 필사적으로 아버지에게 호소하듯 말했습니다만,
아버지는 여전히 당황한 얼굴만 하고 계셨습니다.



"이걸 봐도 못믿겠어?"



라고 말씀하신 어머니는 제 잠옷 상의를 벗겨다 아버지에게 팔과 어깨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때가 되어서야 저도 처음으로 알게 된 사실이었습니다만,
아저씨에게 붙잡힌 팔과 어깨에 손 모양으로 파란 멍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



라고 말씀하신 아버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형과 누나도 제 몸을 보고 두려워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 정말로 당신이 말한 게 사실이었다는 거야…?"



아버지는 조금 얼빠진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께 다가가



"몇 번이고 말했잖아!
여긴 령도라고.

정말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 방은 정말로 위험해!"



령도라는 말을 듣고 나서도
저와 형 누나는 뭐가 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만, 아버지는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계셨습니다.




다음날부터 아버지는 빠르게 움직이셨습니다.
마을 최장로분들이 계신 곳에 상담을 간 뒤, 스님을 소개받고 모시러 가서는
바로 그분께 제 방을 보여드렸습니다.


그리고 스님의 조언에 따라 정원에 사당을 세웠는데요, 그게 꽤 특이한 형태였습니다.

보통 불상이 들어가야 하는 장소에 아무것도 없었고, 양쪽 벽에 부적을 붙인 작은 슬릿 같은 게 붙어있었으며 정면 문과 그 반대쪽에 정면과 똑같은 문이 또 있었습니다.

마치 앞뒤로 출입이 가능한 엘리베이터와 비슷하게 생긴 사당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당에서 뭔가 특이한 모양을 새긴 돌을 이정표처럼 집을 우회하는 경로를 지면에 박아 넣었고, 집 뒤에도 같은 사당을 세웠습니다.



"이걸로 영혼은 집을 우회해서 지나게 될 것이야.
이제 안심해도 된다."



라고 스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확실히 그날 이후 이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누군가가 돌아가시고 며칠간 밤이 되면 가족 모두가 제 방에서 보초라도 서듯 함께 잠들었습니다.

곧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 것인데요, 아버지 이외 다른 가족은 전부 싫어했었습니다.


하지만 사당이나 스님의 "불제료"로 상당한 돈이 나간 모양인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납득이 안 돼!"



라고 아버지가 주장하며 억지로 가족들을 참여하게 만든 것입니다.

실로 아버지다운 행동이었습니다 …



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 할까, 그 방은 결국 빈 방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버지는 창고를 철거한 뒤 그곳에 별채를 지으셨고
그곳이 마침 고등학생이 된 형의 방이 되고, 원래 형 방이 제 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2층 구석방은 완전히 창고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불만을 계속 말씀하셨지만 다른 가족 전원이 그 방을 창고로 쓰도록 강하게 주장한 탓에 결국 꺾이고 말았습니다.




어머니가 시집온 당시, 이사와 함께 집을 새로 지어 그 구석방을 부부 전용 방으로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감이 강했던 어머니는 령이 지날 적마다 밤을 지새우게 되었고, 
이윽고 가벼운 노이로제가 오기에 이르러 아래층 방으로 옮겨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몸에 생긴 멍과 같은 것이 어머니 몸에도 생긴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어머니가 실수로 부딪쳤다고 생각하던 아버지였지만
제 몸에 생긴 멍을 보고, 그리고 형과 누나도 령을 목격한 사실에 따라 
그제야 어머니의 말을 인정하게 되셨다고 합니다.



결국 창고를 위해 사당을 두 채나 세우고 불제료에 매년 부적 값까지 …

게다가 2년에 한 번은 경을 부탁하기 위해 스님을 매번 차로 모시러 가야 하기도 해서,
요즘 들어서는 아버지가 참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조우한 아저씨의 령은 긴 입원 끝에 마음에 병이 들어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다른 사람을 데려가려던 '질 나쁜 령'이었던 모양으로

대부분의 령은 그저 지나가기만 한다고 어머니가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사고사나 자살한 사람의 령은 정말로 무섭다 … 고도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은 누구든 가리지 않고 데리고 가고 싶어 한다고…




지금도 제 고향집에는 부모님과 형부부가 살고 있는데요.

2층 구석방은 여전히 창고로 쓰고 있으며, 사당도 여전히 있다고 합니다.



만약 당신도 령도를 조우하게 된다면 바로 도망치시길 바랍니다.

령도를 지나간 령은 령도 밖으로 나올 수 없다고 하니까요 …
실수로라도 령이 지나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출처: https://m.blog.naver.com/pipiroroh/221305198914?recommendTrackingCo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