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가족들이 모여 유품을 정리하던 날이었습니다. 오래된 장롱 깊숙한 곳에서 낡고 색이 다 바랜 헝겊 인형 하나가 나왔습니다.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아서, 다른 잡동사니와 함께 그냥 정리함에 넣어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부터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습니다. 거실 벽시계가 매일 밤 같은 시각에 멈춰 있었고, 가족들이 차례로 이유 없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가도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습니다. 다들 단순히 장례 준비로 지쳐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일이 심상치 않다고 느낀 건 며칠이 더 지나서였습니다. 저는 친척 어른들께 넌지시 그 인형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처음엔 다들 모르는 눈치였는데, 큰고모가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여셨습니다. 그 인형이 사실 할머니가 아주 오래전,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막내 자식을 대신해 오랫동안 지니고 계셨던 물건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할머니가 평생 그거 하나는 꼭 손 닿는 데 두셨다고, 아무한테도 말씀은 안 하셨지만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저는 서둘러 인형을 버렸던 곳을 다시 찾아갔지만, 이미 수거가 끝났는지 인형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대신 그 근처를 서성이던 중, 아주 짧게 아이 웃음소리 같은 게 들렸다 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착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집안의 이상한 일들은 거짓말처럼 잦아들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그 인형을 떠올립니다. 무서웠다기보다는, 오랜 세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품고 계셨을 할머니의 마음이 뒤늦게 마음에 걸려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