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사는 제가 어렸을 적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부모와 함께 자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고학년이 되니 내 방을 가지고 싶어졌습니다.
형과 누나처럼 '나만의 방을 가지고싶다'고 어머니께 졸랐습니다.
마침 2층 구석 방이 비어있으니 그곳을 쓰게 해달라고요.
(2층에는 방이 3개가 있으며 구석방을 제외하면 형과 누나의 방)
그러자 어머니는 놀랄 정도로 강한 어조로 "안돼!"
라며 거절하셨습니다.
그 방은 빛이 잘 들기도 하고 집에서도 가장 조건이 좋은 방인데도
덧문도 항상 닫아놓은 채 창고처럼 쓰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물건을 놓은 것도 아니고, 정원에는 이미 큰 창고가 있어
보통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것은 이쪽이지 그 방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어린 마음이 신기하기도 했고,
그런 방을 두고 왜 나에게 방을 주지 않는지에 대해서 불합리하게 여겼던 저는
어머니에게 조르고 또 졸랐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강경하게 반대하시며 절대로 방을 내어줄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나는 하는 수 없이 타깃을 아버지로 돌렸습니다.
아버지는 완고하고 엄격한 성격으로 어린 마음에 그런 아버지를 두려워 한 저는
아버지에게 그다지 부탁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부탁할 마음이 들 정도로 방이 가지고 싶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간단히 방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그 생각과 달리 어머니가 강경하게 반대를 하자 조금 오기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온 아버지에게 부탁하자, 의외다 싶을 정도로 시원스레 허락해주셨습니다.
혼날 것을 각오하고 두근대는 가슴을 꼭 안고 있던 전 왠지 김이 빠져서
한참을 멍하니 있을 정도였습니다.
"뭐야, 별로 안신나나보네?"
라는 아버지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뒤에서 이야기를 듣고 계시던 어머니가 얼굴빛을 바꾸며 뛰어왔습니다.
"여보, 안돼! 그 방만큼은 절대로 안 돼!
유스케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상관없다는 거야?"
평소 온화하셨던 어머니가 처음부터 화를 내며 거절한 것도 놀랐습니다만,
아버지의 결정에 대놓고 반대하시는 모습은 그 이상으로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너무 놀란 저는 어머니의 기묘한 반대 이유를 의심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피우던 담배를 끄시며
"또 그 소리야?
그 방은 우리 집에서 가장 조건이 좋은 방이라고.
언제까지고 그렇게 두기엔 너무 아깝잖아.
그땐 당신 의견을 듣긴 했지만, 이제 그만 좀 해!
아들의 자립심이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부모가 어딨어!"
아버지의 호령에 어머니도 불만 …이라기보다 불안해 보였지만, 어떻게든 상황은 끝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이상한 언동이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방이 생겼다는 기쁨에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음 휴일 아버지와 형제들의 도움으로 2층 방에 있던 물건을 창고에 옮긴 뒤 청소를 마쳤고,
제 방에는 공부용 책방밖에 없었지만 어쨌든, 드디어 제 방이 생겼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어두운 표정을 하고 계셨지만
지금까지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는 어머니가 어두운 만큼 더 힘써주셨고,
땀투성이에 활짝 웃음을 지어주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대단히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혼자서 자던 날 밤.
어머니가 제가 있는 곳으로 살짝, 가족들 모르게 찾아왔습니다.
방에 들어와서는 뭔가를 말할 것처럼 하셨지만
조금 고민이 되는지 좀처럼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방을 반대한 일 때문에 조금 나쁜 감정이 있던 저는
"뭐야! 왜 왔어요!"
라고 건방지게 말해버렸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놀란 듯 몸을 움찔 떠시더니, "미안해 …" 라고 사과하셨습니다.
"이제 이 방은 유스케 것이니까 엄마도 더 이상 반대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것만큼은 기억해줬으면 해.
만약 이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되면
이것을 손에 꼭 쥐고 염불을 외렴."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시고는 조금 특이한 부적을 주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제대로 파악도 안되고,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어머니는 "절대로 잊으면 안돼." 라고 말씀하신 뒤 방에서 나가셨습니다.
이야기 내용보다 어머니의 진지한 눈빛이 무서웠던 저는
한참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빠져있었지만, 어느샌가 잠에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그날 밤은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갔고,
다음날 아침이 되니 어머니도 평소의 온화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남는 가구를 옮겨 방의 모습을 갖추는 데 애쓰고 있던 데다
어머니도 아무렇지 않게 그것을 도와주셔서 전 어머니가 말씀하셨던 이야기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마을 외곽에 있는 어떤 집에서 장례를 치르게 되자
어머니의 태도가 다시 이상해졌습니다.
이상하다고는 해도 가끔 절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보는 정도였고
돌아가신 분이 어머니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던 친한 할머니였기 때문에
그게 원인이라 생각한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난밤.
한창 자고 있던 저는 이상한 소리에 깨어났습니다.
우리 집은 거리로 내려가는 길과 접해있는데,
밤중에 산 너머 거리에서 가끔 차가 지나가기도 해서
그냥 차소린가 보다, 하고 창문 쪽을 보았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차가 지나가던 길이었는지 커튼에 빛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뭔가 그림자 같은 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집 밖 나무 그림자라 생각한 저는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뭐야 차였나 …"
하고 다시 자려고 했습니다만, 조금 위화감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창문을 바라본 시간은 4~5초 정도 됐는데요.
평소 같으면 자가용 불빛이 창을 통해 비치는 건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동안 계속 불빛을 비추고 있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차가 밖에 서있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만
이런 곳에 차를 세워봤자 할 일도 없고,
제 방을 비출만한 위치에 차를 세운다는 것도 조금 이상합니다.
출처 : https://m.blog.naver.com/pipiroroh/221303327108?recommendTrackingCod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