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방자치단체 산하 수자원 관련 기관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담당 업무 중 하나가 관내 저수지들의 안전 점검과 사고 기록을 관리하는 일이었습니다.

입사하고 얼마 안 됐을 때, 동네 어르신들 사이에서 관내 한 저수지를 두고 매년 꼭 한 명씩 사람이 빠져 죽는다는 소문이 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흔한 괴담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업무상 지난 수십 년 치 사고 기록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그 저수지의 사고 이력을 훑어보게 됐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몇 년 몇몇 해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그 저수지에서 익사 사고나 실종 신고가 한 건씩 접수돼 있었습니다.

물론 저수지 특성상 낚시객이나 물놀이객의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른 저수지들도 사고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어요. 다만 유독 그 저수지만 발생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았고, 사고 시기도 이상하게 특정 계절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궁금한 마음에 오래 근무하신 선배 직원분께 여쭤봤습니다. 선배는 웃으며, 신입 때는 다들 한 번씩 그 통계를 보고 놀란다고, 자기도 처음엔 소름이 돋았다고 했습니다. 다만 통계적으로는 그 저수지가 다른 곳보다 수심이 갑자기 깊어지는 구간이 있어서, 실제로도 사고 위험이 더 높은 지형이라는 설명을 덧붙이셨습니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습니다. 괴담이 아니라 지형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저희 부서에서는 그 구간에 경고 표지판을 추가로 세우고, 순찰 빈도도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표지판을 세운 다음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그 저수지에서는 여전히 한 건씩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경고 표지판을 무시하고 들어간 사람들의 부주의라고 하기엔, 매번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그 구간을 잘 아는 지역 주민이거나 경험 많은 낚시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답답한 마음에 퇴근 후 개인적으로 옛날 신문 기사와 지역 향토지까지 뒤져봤습니다. 그 저수지가 만들어지기 전, 그 자리에 원래 작은 저수지가 하나 더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무렵 수리 공사 중 사고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는 짧은 기록을 하나 찾았습니다. 확실한 근거라기보다는 오래된 향토지 한 귀퉁이에 실린 몇 줄짜리 기록이었지만, 그걸 본 뒤로는 지형 탓이라는 설명만으로는 왠지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동료 몇 명에게 그 기록을 보여줬더니 반응은 둘로 갈렸습니다. 우연의 일치라며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니까 더더욱 그 구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웠습니다.

몇 년 뒤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면서 저는 그 저수지 업무에서 손을 뗐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가끔 그 통계표가 떠오릅니다. 지형 탓이라는 설명이 아무리 합리적이어도, 매년 정확히 한 명씩이라는 숫자는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요즘 살목지를 소재로 한 괴담이나 영화가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그 저수지와 통계표를 떠올립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무서워하며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들 중 몇몇은, 정말로 어딘가의 사무실 서류철 안에 숫자로 조용히 남아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금도 저수지 근처를 지날 때마다 습관적으로 수심 표지판을 확인합니다. 별거 아닌 습관이지만, 그 시절 봤던 기록이 제게 남긴 유일한 흔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