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에서 훈련받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생활관 옆 공용 화장실에 칸이 여러 개 있었는데, 이상하게 맨 끝 칸만은 점호가 끝난 밤이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누가 정한 규칙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다들 약속이나 한 듯 그 칸을 피했습니다.
저는 입대한 지 얼마 안 된 신병이라 그런 분위기를 전혀 모른 채, 어느 날 밤 아무 생각 없이 그 끝 칸에 들어갔습니다. 다른 칸이 다 차 있어서 별 수 없었죠. 문을 닫고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뚝, 뚝 하고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세면대 쪽인가 싶었는데, 소리는 분명 제 바로 옆, 벽 쪽에서 나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누군가 서 있는 듯한 인기척이 느껴져서 서둘러 자리를 떴습니다.
다음 날 생활관에서 그 얘기를 꺼냈더니 선임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습니다. 너 거기 들어갔었냐고, 목소리를 낮추더니, 예전 기수 중에 훈련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훈련병이 있었는데, 그 사고가 바로 그 화장실 근처에서 있었던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정확한 경위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뒤로 선임들 사이에서 그 칸만은 밤에 쓰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이 됐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뒤로 저는 남은 훈련 기간 내내 그 칸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수료를 앞둔 마지막 밤, 화장실에 갔다가 우연히 그 칸 문 밑으로 낯익은 전투화 한 켤레가 놓여 있는 걸 봤습니다. 순간 심장이 내려앉아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떴는데, 문틈 아래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제가 정말 뭔가를 본 건지 그냥 피곤해서 헛것을 본 건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다만 확실한 건, 그 이후로 저 역시 후임들에게 그 칸 이야기를 똑같이 전해주게 됐다는 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