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마침 커브길 쪽. 반대쪽에는 언덕을 내려가는 급경사길이 있습니다.
반대쪽으로 가면 언덕을 덮은 콘크리트 벽밖에 없고, 벽 위에는 밭밖에 없습니다.
그런 곳에 차를 세우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어디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라도 했나?
저는 불안감에 잠이 달아나고 말았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창쪽을 바라보니,
역시 불빛이 비치는 듯 밝게 빛나고 있었는데요.
자세히 보니 그 빛은 차 불빛이 아닌 뭔가 이상한, 푸른빛이었습니다.
요즘이라면 LED 불빛이라 생각했겠지만, 그시대에 그런 게 있을 리도 없고
보통 자가용 불빛은 약간 누런빛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빛에 비치는 그림자도 나무 그림자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빛은 멈춰있는데 그림자는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경우는 있더라도 나무가 움직일 수 있을 리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것은 점점 사람 모양처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쯤 되니 저는 처음으로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지금 정말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저는 허둥지둥 방에서 도망치듯 나갔습니다.
그리고 부모님 품에 파고들었습니다.
주무시던 부모님이 제가 들어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셨습니다.
어머니가 "무슨 일 있었어?"라고 걱정스럽게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아까 벌어진 일에 대해 말을 하려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
혼자 자기 무서워서요"
라고만 대답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기껏 얻은 저만의 방을 다시 빼앗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놀란 듯
"유스케도 아직 애구만" 이라고 웃으며 말씀하시곤
절 품에 안아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제 말을 전혀 믿지 않는 듯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절 보고 있었습니다만,
저는 그것을 무시하고 아버지 품에 안긴 채 잠들었습니다.
그날 밤 이후, 다시 평화로운 매일이 이어졌습니다.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후 전혀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전 그때 일에 대해 천천히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을에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이번에는 근처에 사는 아저씨였는데,
제가 훨씬 어릴 적 많이 놀아주시던 분이었습니다.
아저씨는 병원에 입원하고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이 있고 조금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밤.
드디어 그 사건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번에도 어떤 소리가 들린 것 같아 밤중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낮에 친구와 뒷산에서 뛰어논 탓에 일어나는 게 늦어졌고,
창을 보니 그림자는 전보다 확실히 사람 모양을 한 채 커튼에 비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시 도망치려 했습니다만 그 그림자는 바로 창밖에 서있었고,
방울소리를 울리며 걸어오는 사람의 그림자가 이번이야말로 방에 들어올 것 같아
너무 무서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방울소리도 똑똑히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이 방 안에 들어왔습니다.
그 그림자가 방에 들어온 순간, 커튼을 비추던 빛도 방 안에 들어와서
방 안에서 저를 둘러싼 형태로 둥근 빛의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그 가운데를 돌아가신 아저씨가 방울을 울리며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이야, 유우 도령.
오랜만이네 …"
아저씨가 말을 걸어오셨지만, 그 눈은 공허하고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으며
기분 나쁠 정도로 창백한 피부색은 푸르게 빛나서 굉장히 무섭게 보였습니다.
저는 너무 겁을 먹은 탓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아저씨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왜 그래? 그렇게 무서운 얼굴 하고.
항상 아저씨한테 밝게 인사해주더니만..
무슨 일 있니?"
라고 물어오셨습니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해를 끼칠 것 같지 않은 기분에
어떻게든 목소리를 쥐어짜서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만 간신히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멍청한 대답이었습니다만, 그게 최선이었습니다.
"유우 도령, 아줌마 못 봤니?
아줌마를 찾고 있는데 도저히 보이질 않아 …"
아줌마란 아저씨의 부인을 말하며,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날 밤에 친척 집에 계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리 없었던 저는 아저씨 말에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래 … 모르는구나 …"
아저씨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하고 그렇게 대답한 뒤
한참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좋은 생각이 난 듯
매우 기쁜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미소는 정말로 기뻐 보였지만, 저에게는 대단히 공포스러운 미소로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전신의 감각이 마비되는 듯한 공포였습니다.
그리고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유우 도령, 유우 도령과 함께 가고 싶어.
그래, 이게 좋겠어."
아저씨는 쿡쿡 웃으며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눈물과 콧물로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아저씨에게 팔을 붙잡힐 때까지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에게 팔을 잡힌 순간, 전신의 세포가 비명을 지르는 것 같은,
마치 전기가 흐르는 듯한 엄청난 쇼크가 온 저는 순간 팔을 뿌리치고
책상 밑으로 도망치듯 기어들어갔습니다.
아저씨는 조금 의외라는 듯한 얼굴을 하시고는
"왜 그래? 유우 도령.
아저씨가 좋은 곳에 데려가 주겠다는데."
아저씨는 이렇게 말하며 웃는 얼굴을 한 채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저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풀가동시켰습니다만,
혼란에 빠진 상태여서 도저히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복도로 도망치기 위해선 아저씨 옆으로 지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그것만큼은 절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이 와중에 아저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안되겠다고 생각한 그때,
그제서야 저는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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