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제 군대 후임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입니다. 강원도 최전방 GOP에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이라고 하더군요.

새벽 근무 중이었답니다. 교대 시간이 되려면 아직 한 시간 넘게 남았는데, 초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답니다. 예정보다 일찍 교대하러 온 줄 알고 반갑게 문을 열어줬는데, 낯선 얼굴이었지만 같은 소속 군복을 입고 있어서 별생각 없이 함께 근무를 섰다고 합니다.

그 병사는 별 말이 없었답니다. 그냥 초소 밖 능선 쪽만 한참을 응시하고 있었고, 몇 마디 말을 걸어도 짧게 대답만 할 뿐이었대요. 그래도 야간 근무가 둘이 되니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고 합니다.

근무 교대 시간이 되자 그 병사는 인사도 없이 조용히 초소를 나섰답니다.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어 다음 날 근무 일지를 확인해봤는데, 그 시간대 배정된 인원은 자신 혼자뿐이었다는 겁니다. 함께 근무했던 병사의 이름이 어디에도 없었던 거죠.

찜찜한 마음에 선임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답니다. 선임은 잠시 정색하더니, 그 초소에서 몇 년 전 실제로 근무하다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병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줬다고 합니다. 그 사람, 요즘도 가끔 근무 도와준다고 하더라고, 무서워하지 말고 다음에 또 오면 인사나 잘하라고요.

후임은 그 뒤로도 몇 번 새벽 근무 중 인기척을 느꼈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무섭다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든든했다고 합니다. 전역한 지금도 가끔 그 능선이 떠오른다며, 씁쓸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마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