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일대 반경 2km 안에서 10명의 여성이 잇따라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고, 이 사건은 곧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제사건의 상징이 됐습니다. 당시 수사에 동원된 경찰 인력만 205만 명에 달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진범은 30년 넘게 베일에 싸여 있었습니다.
사건이 다시 세상에 나온 건 2019년이었습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당시 이미 다른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살고 있던 50대 남성을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오래된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였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피해자 유류품에서 나온 DNA와 수감자의 DNA를 대조한 결과, 두 표본이 일치한다는 통보가 경찰에 전달됐습니다.
그 수감자가 바로 이춘재였습니다. 그는 처음엔 혐의를 부인했지만, 이후 화성 연쇄살인 14건 전부를 포함해 다른 지역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다만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사건들이 대부분이라, 실제 처벌은 그가 이미 복역 중이던 다른 살인 사건의 형량 안에서만 이뤄졌습니다.
이 사건이 30년 넘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이유는 단순히 피해 규모 때문만은 아닙니다. 잡히지 않는 범인에 대한 공포가 한 세대의 기억에 각인됐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수많은 창작물의 소재가 되면서 실제 사건과 대중적 상상이 뒤섞인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진범이 밝혀진 뒤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은 정황들이 남아 있어, 국내 미제사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사례로 남아 있습니다.
이 사건의 재조명은 이후 개구리소년 사건 등 다른 장기 미제사건들의 재수사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DNA 감정 기술의 발전이 수십 년간 닫혀 있던 사건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출처: [48건의 연쇄살인…화성 '살인의 추억' 이춘재는 어떻게 잡혔나 - 뉴시스](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424_00027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