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 제대 후 몇 달 동안 지방의 한 저수지에서 야간 경비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농업용수 관리 목적의 저수지라 밤에도 사람이 상주하며 수문과 시설을 지켜야 했거든요.
일을 시작한 첫날, 함께 일하게 된 선임 관리인분이 몇 가지 규칙을 알려주셨습니다. 대부분은 안전 수칙이었는데, 그중 유독 강조하신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밤 열두 시가 넘으면 절대 혼자 수문 근처에는 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처음엔 그냥 웃으며 넘기셨습니다. 수문 근처가 미끄럽고 어두워서 위험하다는 정도로만 설명해주셨어요. 저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일한 지 두 달쯤 됐을 때, 야간 순찰 도중 시계를 잘못 보는 바람에 밤 열두 시를 넘겨 수문 쪽으로 가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손전등을 비추며 걸어가는데, 수문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 쪽에서 뭔가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물살 때문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마치 누군가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소리와 비슷했습니다.
손전등을 비춰봤지만 물 위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첨벙거리는 소리는 계속 이어졌고, 이상하게 그 소리가 점점 제가 서 있는 쪽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등골이 서늘해져서 서둘러 발길을 돌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선임 관리인분께 지난밤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습니다. 그분은 한참 말이 없으시더니, 결국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이 저수지가 지어진 지 얼마 안 됐을 때, 수문 점검을 하던 인부 한 분이 실수로 급류에 휩쓸려 변을 당한 사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고 이후로 야간 근무자들 사이에서 밤 열두 시가 넘으면 수문 근처에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전해져 왔다고 하셨습니다.
선임분은 정확한 진위는 자신도 모른다고, 다만 오래 이 일을 하다 보면 괜히 그 시간대 그 자리는 피하게 된다고, 그게 딱히 무서워서라기보다는 그냥 예의 같은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먼저 간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같은 거라고요.
그러면서 선임분은 근무 일지 뒤편에 손으로 적어둔 낡은 메모장 하나를 보여주셨습니다. 역대 야간 근무자들이 돌아가며 남긴 짧은 기록들이었는데, 날짜와 함께 '수문 쪽 소리 들림', '괜히 한기가 들어 돌아옴' 같은 문장이 몇 년 치나 이어져 있었습니다. 누가 먼저 적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다만 그 메모장 자체가 이제는 하나의 인수인계 자료처럼 다뤄진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저도 자연스럽게 그 규칙을 지키게 됐습니다. 밤 열두 시가 넘으면 순찰 경로를 조금 돌아가더라도 수문 근처는 피해서 다녔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하고 나니 더는 이상한 소리를 듣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새로 들어온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그 규칙을 우습게 여기고 밤 열두 시가 넘은 시각에 일부러 수문 쪽으로 산책을 갔던 적이 있습니다. 십 분도 안 돼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뛰어 돌아왔는데, 무엇을 봤는지는 끝까지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날 이후로는 그 친구도 저희만큼이나 그 규칙을 철저히 지켰습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나서도 저는 가끔 그 저수지가 떠오릅니다. 요즘 살목지처럼 저수지를 소재로 한 괴담이나 영화가 화제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가 겪었던 그 첨벙거리는 소리와 선임분의 담담한 표정이 같이 떠오릅니다.
혹시라도 저수지 근처에서 야간 근무를 하게 되는 분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확한 이유는 몰라도 좋으니, 그곳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이 지켜온 규칙만큼은 그냥 따르시라고요. 별거 아닌 미신처럼 보여도, 그 안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