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습니다. 방 안의 불을 끄고, 이불을 목까지 덮은 채로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럼,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붉은 방의 비밀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구한 자취방은 학교에서 꽤 멀리 떨어진, 지어진 지 30년은 족히 넘어 보이는 낡은 다세대 주택이었습니다. 보증금도 없고 월세도 말도 안 되게 쌌기 때문에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나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죠.

방을 계약하던 날, 집주인 할머니는 열쇠를 건네며 딱 한 가지만 당부했습니다.

"방 안쪽에 테이프로 막아둔 작은 문이 하나 있을 겨. 거기는 옛날에 보일러실로 쓰던 곳인데, 배관이 다 썩어서 냄새가 나니까 절대 열어보지 말어. 알았지?"

할머니의 말대로 방 구석에는 성인 허리춤 정도 오는 작은 나무문이 있었습니다. 문틈은 두꺼운 청테이프로 겹겹이 막혀 있었죠. 저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짐을 풀었습니다.

문제는 이사 온 지 3일째 되던 밤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새벽 2시쯤이었을까요. 잠에 들락말락 하던 찰나, 조용한 방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각... 사각... 스윽...

마치 누군가 손톱으로 나무판자를 긁는 듯한 소리였습니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로 그 테이프로 막힌 작은 문이었습니다. 쥐가 있나 싶어 벽을 쿵쿵 쳤지만, 소리는 멈추지 않고 밤새도록 이어졌습니다.

다음 날, 그리고 그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새벽만 되면 그 작은 문 너머에서 무언가가 문을 열고 싶어 하는 것처럼 집요하게 긁어대는 소리가 났습니다. 참다못한 저는 집주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할머니는 "쥐가 들어갔나 보네. 약 쳐줄 테니 문은 절대 열지 말어"라며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일주일째 되던 날, 저는 극도의 수면 부족과 호기심, 그리고 알 수 없는 불쾌감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저 안에 뭐가 있길래 이러는 걸까?'

결국 저는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 작은 문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테이프를 뜯어내지는 않았지만, 문고리 바로 아래에 아주 작은 열쇠 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옛날 방문에나 있을 법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멍이었죠.

저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혀 그 구멍에 한쪽 눈을 가져다 댔습니다.

방 안은 어두웠지만, 구멍 너머로 보이는 광경은 뚜렷했습니다.

온통 붉은색이었습니다.

무슨 빨간 페인트로 칠해놓은 것처럼, 아니면 붉은 천으로 벽을 덮어놓은 것처럼 시야 전체가 새빨간 색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보일러실이라더니, 왜 온통 빨간색이지?'

순간, 안에서 사각거리던 소리가 뚝 멈췄습니다.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저는 구멍에 눈을 댄 채로 그 붉은색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다른 색깔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새빨간 면만이 구멍을 꽉 채우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시시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음 날 당장 방을 빼기로 결심한 뒤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짐을 대충 싸 들고 집주인 할머니를 찾아갔습니다. 할머니는 제 얼굴을 보자마자 올 것이 왔다는 듯 혀를 찼습니다.

"결국 밤에 소리가 났나 보구먼. 그래서 내가 그 방은 안 주려고 했는데..."

제가 따지듯이 물었습니다.

"할머니, 거긴 대체 뭐 하는 곳이에요? 무슨 보일러실 벽을 온통 새빨간 색으로 칠해놨어요?"

그러자 할머니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렸습니다. 들고 있던 빗자루를 떨어뜨리며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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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무슨 소리를 하는 겨. 그 방은 시멘트벽이라 온통 회색인디..."

"네? 제가 어젯밤에 열쇠 구멍으로 분명히 봤다니까요? 온통 빨간색이었어요!"

제 말에 할머니는 주저앉으며 중얼거렸습니다.

"그 방에서 죽은 전 세입자 여자가... 눈병을 심하게 앓아서 눈 전체가 새빨갰어..."

그 순간, 저는 심장이 멎는 듯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제가 열쇠 구멍을 통해 본 것은 붉은색으로 칠해진 벽이 아니었습니다.

문 너머에 서서, 열쇠 구멍에 눈을 바짝 대고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 여자의 새빨간 눈동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