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실화입니다.
2017년 가을.
입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부산에서 신교대를 수료하고서 자대배치를 받았던 시기인데요.
도착한 부대는 뒤로는 백양산이라는 동네 산이 있고 부대앞 내리막길을 쭉 내려가면 도심이 보이는 곳이었어요.
처음 초소에 다다랐을 때 어째서인지 조금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무서운 걸 찾는 사람으로서 군대는 음기가 강하다란 걸 훈련소에서도 겪었던 터라... 부대도 마찬가지인 기분에 영 꺼림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분위기가 무섭다고 폐급 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일단 들어온 이상 적응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다행히도 건물에 흐르는 오묘한 기운과 달리,
부대내 선임과 동기들은 절 살갑게 대해주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습니다.
배치 받은 분대의 생활관에 들어오고 나서도 솔직히
이상한 기척을 느끼긴 했습니다.
구시대적 막사여서 침대가 아닌 긴 복도처럼 나열 된 침상. 그것도 제 자리 맞은편의 자리 몇몇이 이상하리만큼 어둡다 이런 기분이 들었어요.
그중 시선은 바로 맞은편에 멈췄습니다.
빈자리는 아니고 주인이 있는 자리였습니다.
관물대에난 얼굴 모를 상병분의 사진과 이름표가 걸려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한참 그 자리를 유심히 보고 있을 때, 저와 같은 침상에 있던 선임이 말했습니다.
"휴가자가 연달아 있어서 저기는 자리가 비어 있어."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주시는 선임을 보니, 조금 전 걱정이 무색하게도 잘 지낼 수 있게다고 안심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날이었습니다.
처음으로 부대에서 잠에 들던 때였습니다. 신교대와 달리 익숙하지 않은 잠자리에 뒤척이던 전 어느새 정신을 잃고서 몽롱하게 잠에 빠지고 있었습니다.
뭐, 가위에 눌리는 순간이었지만요.
귀에 들리는 세탁기 소리,
무거워진 몸과 말짱히 깨버린 정신.
아 가위에 눌렸구나.
가위에 자주 눌리는 터라 익숙한 기분이었지만,
마상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질끈 감으려던 눈이 어딘가를 향하고 있었으니까요.
속으로 제발 고개를 멈춰라, 말을 꺼냈으나.
제어가 되지 않았습니다.
빳빳이 들린 고개는 점점 침상과 침상 사이의 공간 쪽으로 향했고, 머리를 탁 들어올린 순간 숨이 턱하고 막히고 말았습니다.
무언가 저를 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볼에 걸친 단발 머리를 한 앳된 여자 아이.
여섯살 쯤으로 보이는 체구에 백옥 같은 피부.
그리고 찢어진 입으로 마구 웃어대더군요.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소녀가 어딘가를 가리키는 겁니다.
"히히"
역사나 제 고개는 멋대로 움직이더니 어느새 시선은 맞은편 침상으로 향했습니다.
소녀는 사라졌고 어둠만 보이던 맞은편 침상 쪽에.
기다란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뭐랄까 행사장에 있는 풍선 인형처럼 가늘고 기다란 몸통. 하지만 분명 손과 발이 있는 기괴한 형태.
그것들은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손과 발을 마구 움직여대며, 웃고 떠들며 춤을 추는 겁니다.
그러다 제 시선을 의식이라도 했는지.
돌연 몸짓을 멈추더라구요.
서서히 그림자가 제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고,
그 순간 다행히 질끈 눈이 감겼습니다.
동시에
쾅!
누군가 문을 두드린 소리까지 들렸고요.
번뜩 떠진 눈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림자들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다만, 생활관 문쪽을 바라보니 당직부관 선임이 들어오는 겁니다.
고요한 생활관을 보면서 말하더군요. 저랑도 눈이 마주치긴 했습니다.
"1생활관은 왜이리 시끄러워? 빨리 자라."
하지만 그 소리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모두 자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서 다음날 조심스레 이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들 절 미친놈 취급할 줄 알았더니,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며 누군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정말 그 생활관에 뭐가 있는갑네."
다른 생활관에 있는 우리 분대 사람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했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계단에서 접지르고 말았습니다.
정말 제가 그날 봤던 웃고 춤추는 그림자는 귀신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