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1/5):2009/08/01(土) 18:56:22 ID:aXftNoGi0
나는 시골에서 알바겸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
농사를 하다가 문득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겨서
그걸 우리 할아버지한테 물어봤어.
그때 들은 얘기가 개인적으로 무서워서 써봄.
장문 ㅈㅅ 긴 글 싫어하는 사람은 무시해 줘.
농작업 중 비닐 시트를 고정할 때는 나무 말뚝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집에서 쓰는 나무 말뚝에는 전부 어떤 한자 한 글자가 새겨져 있어.
지금까지는 딱히 신경을 안 썼는데 근처 농가에서 쓰는 말뚝을 보니
그런 글자가 안 쓰여 있었어.
우리 집 말뚝과 다른 집 말뚝을 구분하기 위한 표식인가 싶기도 했는데
거기 새겨져 있는 한자는 내 성씨와는 아무 상관 없는 글자길래
이상해서 할아버지한테 물어봤어.
할아버지는 자기 아버지(내 증조할아버지에 해당됨)한테 들은 얘기여서
직접 겪은 일은 아니기 때문에
진위 여부는 모른다는 것을 미리 말해준 후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해줬어.
할아버지가 태어나기 전, 증조할아버지가 아직 젊었을 적 얘기야.
사건의 발단은 증조할아버지 마을에 사는 젊은이 두 명(A, B)이
장작을 찾아 산으로 들어갔을 때 시작돼.
두 사람은 산에 들어가 서로가 확인 가능한 거리에서 열심히 장작을 모으고 있었어.
정오가 가까워져 A가 슬슬 밥을 먹자고 다른 한 명에게 말을 걸려고 하던 그때였어.
갑자기 B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인간이 저런 큰 소리를 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크게 절규를 했어.
갑자기 일어난 일에 A가 넋이 나가 있는 동안
B는 폐 속 공기를 다 쓸 때까지 절규를 계속하더니 풀썩 땅에 쓰러졌어.
A는 황급히 B에게 달려갔지만 B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어.
몸을 흔들고 뺨을 잡아당겨봐도 전혀 제정신을 찾지 못해.
A는 B를 업고 서둘러 산을 내려갔어.
그 후 하루가 지나도 B는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않았어.
가족들은 산에 있는 요괴에 씌었다고 생각해서
근처 절에 데려가 제령을 받게 했어.
하지만 B의 제정신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어.
420 :(2/5):2009/08/01(土) 18:57:56 ID:aXftNoGi0
그 일이 있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
평화로운 시골 마을 오후에 소름 끼치는 절규가 울려 퍼졌어.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무슨 일인가 싶어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이 가보니
방금까지 밭일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허공을 보며 넋이 나간 상태로 멍청하게 서있었어.
달려온 누군가가 어깨를 세게 잡고 흔들어도 전혀 반응이 없어.
B 때와 똑같았어.
그 후 가족이 의사에게 남자를 보여줘도
심신상실 상태라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것이 없었고
근처 절이나 신사에 가서 제령을 받아봤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어.
미신을 믿는 노인들은 산의 요괴가 마을로 내려왔다며 벌벌 떨었어.
시간이 좀 지나자 증조할아버지네 마을뿐만이 아니라
이웃 마을에서도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절규를 지른 후에
심신상실 상태에 빠지는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어.
게다가 그 일이 일어나는 시간대도 제각각이었고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도 공통점이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이었어.
증조할아버지가 괴이와 맞닥뜨린 게 그런 때였어.
그날, 증조할아버지와 남동생은 둘이서 열심히 논일을 하고 있었어.
해질녘에 일을 끝내고 집에 가려고 했을 때,
경작하던 곳에 낯선 나무 말뚝이 세워져 있는 게 보였어.
아까까지만 해도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다고밖에 말할 수가 없었어.
갑자기 나타난 그 나무 말뚝이 이상해서
증조할아버지가 그걸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는데
점차 이런 웃기지도 않는 짓을 한 게 누구지? 하고 조금 화가 나더니
남의 논에 이런 방해되는 걸 쳐꽂아두고…
방해돼. 방해돼. 방해돼. 방해돼, 방해돼, 방해돼, 방해돼방해돼방해돼방해돼방해돼방해돼.
이런 식으로 당장이라도 그 말뚝을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이 머릿속에 가득 찼고
그 충동에 몸을 맡겨 온 힘을 다해 말뚝을 뽑으려고 하던 그때
동생이 증조할아버지 어깨를 붙잡아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대.
421 :(3/5):2009/08/01(土) 18:59:02 ID:aXftNoGi0
진정을 한 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 그 말뚝은 온데간데 없었어.
동생한테 물어봐도 그런 나무 말뚝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대.
같이 집에 가려고 하던 형(증조할아버지)이
갑자기 뭔가가 눈에 들어온 것처럼 굴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보다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뽑으려고 몸을 숙이고 힘을 주는 자세를 취하길래
뭘 하는 거지 싶어서 어깨를 두드린 거라고 했어.
그때 증조할아버지는 최근 마을을 떠들썩하게 만든 일이 떠올랐고
만약 동생이 막지 않아서 나무 말뚝을 뽑아버렸다면
자기도 폐인 상태가 됐을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에 심장이 철렁했대.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증조할아버지가 사는 마을의 희생자가 10명을 넘었을 무렵
촌장과 관리들이 마을 사람들을 모았어.
촌장은 최근에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그 일이 이 마을뿐만이 아니라 옆 마을에서도 일어나고 있고
현재 이웃 마을과 협의를 해서 괴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전했어.
일이 해결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고
그때까지 괴이에 대한 현재 대책은
[낯선 나무 말뚝을 보더라도 절대 그것을 뽑지 않는다]
이것이었어.
증조할아버지의 예상이 적중했어.
게다가 촌장은 이어 말했어.
[농사일에서 쓰는 말뚝에는 직접 박아두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식을 새기도록.]
이건 자기가 박아둔 말뚝 사이에 그 말뚝이 섞여 있을 때
실수로 뽑지 않기 위한 방지책이었어.
422 :(4/5):2009/08/01(土) 19:00:05 ID:aXftNoGi0
얼추 설명을 다 들은 후
지금 사태를 일으킨 것이 누구인지 묻는 사람에게 촌장은
[사람의 원령, 동물령이나 요괴라고 하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 외에는 알 수 없어.
영향을 끼치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아주 강한 힘을 가진 무언가라고밖에 말을 할 수 없네.]
만약 피해를 입은 경우 어떻게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어.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올 수는 없어.
그렇게 된 자가 제령을 받으러 갔을 때 어떤 신사 신관이 말했네.
『그에게는 제령할 것이 아무것도 씌어있지 않다』라고.]
신관의 말에 따르면 그것은 여우에 씌이거나 해서 그런 상태가 된 게 아니라
지금의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무언가의 일부에 닿았기 때문에
마음이 망가진 결과 이런 상태가 되어버렸다고 했어.
즉, 무언가의 영향 하에 있어서 심신상실 상태에 빠진 것이 아니라
무언가의 영향을 받은 결과가 심신상실 상태이기 때문에
절이든 신사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대.
마지막으로 촌장은
[말뚝만 뽑지 않으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다.]
이렇게 마무리하고 침착하게 대처해달라고 마을 사람들에게 부탁한 뒤 해산했어.
마을 사람들이 떠난 후 증조할아버지는
자기가 경험하기도 해서 촌장에게 가서 그 무언가에 대해 더욱 물고 늘어졌어
[귀신이나 요괴, 사람이 모시는 신과 사람 사이에는
애매하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어.
상대의 영역에 마음대로 침범하지 않는 것과 정기적으로 기도를 올리는 것.
그들은 그것을 어긴 자에게는 저주를 내리지만 약속을 지키는 한 문제는 없어.
하지만 이런 사태를 일으키고 있는 무언가에게는 그것이 해당되지 않아.
들은 얘기로는 그 무언가는 자신이 존재하는 대로,
그저 그곳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정상으로 있을 수 없게 만들고
발광하게 만들 정도의 영향을 가한다고 해.
나도 여기까지밖에 듣지 못했어.
저주를 내린다거나, 천벌을 내린다거나 그런 의도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존재 그 자체가 사람을 미치게 만들어.
그런 것에 대해 사람은 필요 이상으로 알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몰라.]
이 말을 남기고 촌장도 자리를 떴다고 해.
424 :(5/5):2009/08/01(土) 19:01:32 ID:aXftNoGi0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증조할아버지 마을에는 신사가 세워지기 시작했어.
괴의에 의한 희생자는 옆 마을들을 포함해서 속출하고 있었지만
수는 점점 줄어들었고 신사가 완성되었을 무렵에는 전혀 일어나지 않게 됐어.
지금 생각해 보면 나무 말뚝은 무언가를 봉인한 영적인 주술 종류이고
그것을 뽑아버린 것으로 인해 어떤 힘의 일부가 풀려
그것에 닿은 인간이 미쳐버렸던 걸지도 몰라.
신사가 세워져서 그 무언가는 다시 단단히 봉인되어
괴이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고,
증조할아버지가 할아버지한테 얘기해줬다고 해.
그런 경위로 우리 집에서 쓰는 나무 말뚝에는
우리 집 것임을 나타내는 표식이 지금도 새겨져 있대.
동네에서 그런 걸 본 적이 없다고 지적해 보니
[사람이라는 건 지나가면 다 잊어버리니 말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는 집은 잘 없지만
이 근방이라면 S씨네나 M씨네 집은 지금도 하고 있으니 보고 와.]
할아버지가 이러기에 확인해 보니
정말 S씨와 M씨 집에서 쓰는 나무 말뚝에는 한자가 하나 새겨져 있었어.
[지금도 그걸 하는 집은,
대부분 희생자가 나왔던 집이거나 그 가족의 집일 거야.]
할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어.
출처 : http://blog.naver.com/saaya1217 (로어쟁이 사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