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입니다
당시 PC방이 곳곳에 생긴지 얼마 안됐던 시기, 한창 PC간 채팅이 유행하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의 랜덤채팅처럼 채팅이 저질스럽진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 중학교 친구들이랑 채팅으로 친해진 여중 여자애들과 만나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제 중학교 친구였던 A군도 채팅을 하다 우연히 한 여자애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친구가 그 여자애 때문에 자살하기 직전까지 갔었다는 것입니다.

그 친구가 그 여자애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A군은 채팅으로 만난 그 여자애를 미친듯이 무서워 했습니다.
채팅으로 친해진 여자애를 A군이 처음 만났을 때
A군은 그 여자애가 마음에 들었었나 봅니다.
긴 생머리에 눈도 크고 얼굴도 작고 좋아했었던 기억이납니다.

정확히 사귀었다는것 까진 모르겠지만
옆에서 보기엔 에이~ 너네 사귀네 라고 봐도 상관없을 정도로 서로 알콩달콩 연애고 썸이고 탔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여자애를 지금부터 J양이라고 하겠습니다.

A군은 자신이 소위 먹히는 남자, 여자들한테 인기 많은 남자다 라는 망상속에 살던
전형적인 자신감 넘치던 남자애였던지라
J양을 놔두고 다른 중학교 친구들을 따라서 다른 여중의 여자애들을 만나러 나가게 됩니다.

그리고 친구가 다른 여자와 연락하는 것을 J양이 들어버렸습니다.
당연히 둘은 심하게 싸웠고, 결국 헤어졌습니다.

당사자가 아니라 그 당시 현장에서 뭐라고 싸웠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J양이 발길을 돌리면서 친구한테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것은
A군의 말을 통해서 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 A군은 당연하게도 그 말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두 달 정도가 지났을까?
비가 오는 날로 기억합니다.
A군은 학교가 끝나고 저와 친구들과 헤어진 채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A군은 아파트로 돌아가는 길에 어느 순간 부터
하얀 우의? 하얀 우비? 를 입은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한참을 걷는 중에도 졸졸 따라오더니 자기 아파트 정문 앞까지도 따라오는 것을 보고
눈치챘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칭 먹어주는 남자였던 A군은 나를 좋아하는 여자애들 중 한명인가?
싶은 마음에 정문을 들어가며 흘끗 돌아봤는데..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가을인데도 겨울인 것 처럼 꽉 껴입은 옷에
곱슬거리다 못해 불에 탄건가? 싶을 정도로 꽁꽁 말려있는 이상한 머릿결

그 이상한 모습에 친구는 기대감을 접고 나를 좋아해서 따라온 게 아니라
뭐 동선이 겹친것이겠지 라며 대수롭지 않게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봤는데, 주변은 아무도 없고 A군 뿐
하얀 우비를 입은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A군은 그 때 까지만 하더라도 별 생각을 안하고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 안에 들어가 A군이 살던 아파트 층 수인 6층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누르려는 참에
친구는 하얀 우비를 입은 그 여자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문제는 그 여자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습니다.

A군은 머리가 하얘진채로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그 하얀 우비의 여자가 칼을 든채 친구를 향해 뛰어오자
미친듯이 닫힘버튼을 눌렀습니다.
엘레베이터 문은 닫혔고
엘레베이터 문에 나있는 유리로 A군의 눈에 비로소 그 여자의 얼굴이 보였는데

여러분도 예상했겠지만 J양이었다고 하더군요.
불과 두 달 사이에 긴 생머리는 어디가고
불에 그슬린듯한 이상한 머릿결을 한 채로 칼을 들고 눈 앞에 나타난 J양의 모습에
A군은 자기도 모르게 눌렀던 6층을 취소하고
다른 층이었던 8층을 눌렀다고 합니다.

훗날 A군이 이야기 하기를
J양과 한참 만날적에 자기 집 근처까지는 온 적 있어도
집에 데려온 적은 없었기에 J양이 정확한 아파트 층 수를 모르고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칼 든 J양을 속이려고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한 모양이었습니다.

엘레베이터가 8층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동안
A군은 J양이 제발 문앞에 없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습니다.

다행히도 J양은 보이질 않았고
계단을 뛰어 올라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친구는 긴장한채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는데
밑에 층에서 찹, 찹, 찹 하는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A군은 깜짝놀란채로 7층에 숨어버렸고
(당시 A군의 아파트는 복도식 아파트, 한 층에 여러집이 모여사는 그 긴복도의 아파트였습니다.)
뭐지? 뭐지? 하면서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벽뒤에 숨은채 계단을 보았습니다.

희미한 소리의 정체는
하얀 우비를 입은 J양이 한 손에는 신발, 한 손에는 칼을 들고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올라가며 나던 소리였습니다.

한 손에 칼, 한 손에 신발을 든채로
7층에서 8층으로 올라가는 흰 우비의 뒷모습을 본 A군은
그대로 얼어붙어버렸고

J양이 8층으로 올라간 뒤
한참동안이나 그 자리에서 꼼짝을 못하다가
자기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발을 벗은채로
움직여지지 않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내딛으며 6층인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다음날,
A군은 전 날 있었던 이야기를 저와 친구들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당연히 믿지 않았죠.
하지만 거듭 정색하며 얘기하는 A군의 모습에, 진짜인가..?
저희는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A군에게
너 J양한테 만나는동안 몹쓸짓 한거 아니지? 물어보니
A군은 J양을 만나는 동안 스킨십 한 번도 제대로 못했다고
같이 잠을 잔 것도, 키스도, 뽀뽀도 제대로 못했다며
J양이 자기한테 왜 그러는건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학교에서 얘기를 나누며, 어차피 여기서 말씨름 해봤자 답 안나온다.
다음에 J양이 보이면 곧바로 신고하라고 결론이 나게 되었습니다.

A군은 학교에서 저희들과 얘기를 나눈 그 날,
귀가하며 J양이 본인을 따라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리번 두리번 샅샅이 살피면서 집을 향했지만
J양의 실루엣 조차 보이지 않았고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면서 긴장이 점점 풀렸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엘레베이터를 누르려는 A군은 또 한 번 얼어붙었는데
엘레베이터가 어제 친구가 J양을 속였던 8층에 멈춰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이 우연이겠지, 우연인가? , 어떻게 해야하지?, 나 어떻게 하지?
8층에서 1층으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A군은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J양이 엘레베이터에 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엘레베이터 안에서도 A군은 엄청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결국, 다시 8층으로 엘레베이터 버튼을 눌러놓고
엘레베이터에는 '타지 않은' 채로
친구는 계단으로 신발을 벗고 걸어올라갔다고 합니다.

한 층 한 층 계단을 올라가며
엘레베이터가 지금 어디있는지
주변 소리는 어떠한지 A군은 정신을 집중했고

엘레베이터가 8층에 도착하자
4층 쯤에 다다랐던 A군은 4층 복도에 숨어서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인채 숨어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숨어있다가, 내가 너무 오바하는건가?
애초에 J양이 안왔던거 아니야?

다시 아파트의 층계참으로 얼굴을 내밀었던 A군은
또 한 번 불에 탄 듯 곱슬거리는 머릿결의 여자를 보았다고 합니다.
J양이었습니다.
J양은 4층에서 3층으로 내려가고 있었고
A군은 그녀를 봤지만,
다행히도 J양은 숨어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던 A군의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J양이 처음 찾아왔을 때와 다르게
진짜 발자국 소리조차 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한 손엔 칼을 들고 말이지요.
A군이 조금만 빨리 고개를 내밀었다면,, 정말 끔찍합니다...

J양이 내려가는 동안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고
A군은 4층에서 옴짝달싹 못한채로 숨어있다가

시간이 흐른 뒤에, 간신히 6층의 본인 집으로 정말 기어서 들어가서
문단속을 꼼꼼히 하고 경찰에 신고했다고 합니다.
자기 전 여자친구가 칼을 들고 자기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이죠

30분 정도 후에 경찰 2명이 집을 찾아왔다고 합니다.
J양의 신원파악을 위해 경찰들이 물어보자
A군도 두 달 남짓 만나는 동안 J양의 거주지는 알지 못했고
결국 J양의 그 당시 인상착의와,
J양이 다니는 학교, J양의 이름을 알려준 뒤 경찰을 보냈다고 합니다.

경찰을 보내고, 부모님도 일을 끝마치시고 돌아오자
A군은 부모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를 찾아가
머리가 불에 탄 듯 이상하게 곱슬곱슬한 여자 중학생이 요즘에 돌아다니던데
아시냐고 물어보았는데

경비실 아저씨가 하는 말이
1~2주 전 쯤에 이 아파트에 이사왔다고 J양이 떡을 가져다 준적이 있었답니다.
경비아저씨는 그 당시 가을 철에 이사가 많았기에
이사왔거나, 이사올 집 중에 한 집의 딸이겠거니 생각하셨고

그 후로도 며칠 주기로 음식을 가지고 경비실을 찾아왔었답니다.
인사성도 밝고 싹싹한 J양의 모습에, 경비 아저씨는 J양과 친해졌고

그렇게 3~4시 쯤마다 J양이 경비실을 찾아와
두런두런 둘이서 수다떠는 나날을 보내던 와중
어느날은 J양이 창문 너머로 A군이 지나가자

경비실 아저씨에게 A군이 마음에 드는데 몇 층에 사냐고 물어봐서
요 어린 꼬맹이들도 로맨스를 하네? 싶은 마음에
기특해 하며 A군이 6XX호에 산다고 알려줬다는 것입니다.


이틀동안 J양을 피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사실 J양은 A군이 몇 층 몇 호에 살고있는지 이미 알고있었다는 사실에
A군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덜덜덜 떨 수 밖에 없었습니다.
A군은 경비 아저씨에게 J양과의 관계를 설명했고
현재 경찰에 신고까지 한 상황이다.
J양이 다음에 경비실을 방문하면 꼭 경찰에 신고하셔야한다며
부탁을 드렸고
경비실을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까지 조치를 취한 덕분일까?
J양은 그 후 며칠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찰에 신고도 했고, 부모님도 모든 상황을 다 인지하고 계시고,
경비실 아저씨에게도 부탁을 했고, J양이 요 근래 안보이기도 하고
A군은 솔직히 안심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침 댓바람부터 가을비가 내리던 어느 날,
주말 아침이라 부모님은 교회에 나가시고
A군 혼자 늦잠에서 일어나 집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이 나가시고 한 20분 정도 지났을까?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주말에도 택배가 오나? 싶은 마음에 인터폰 화면을 보았는데

인터폰 화면속에서는 J양이 친구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주변을 계속 어슬렁 어슬렁 쫒아다녔다는 걸 반증이라도 하는 양
부모님이 나가시자마자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두려움에 떨면서 인터폰을 받을 생각도 못하던 A군에게
J양은 너 혼자 집에있는거 다 안다는 식으로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나자, 무서움을 넘어서서 오히려 화가 나기 시작했고
A군은 인터폰 수화기를 들어 그간 쌓여있던 울분을 토해내었습니다.
J양에게 욕설을 퍼붓는 동안에도
인터폰 속 J양은 표정하나 안변하고 여전히 화면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렇게 욕을 하다 하다 지친 A군이
울음을 터뜨리며 도대체 나에게 왜그러는 것이냐며 흐느껴 울자
J양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는데, 이제 더 이상은 없어" 라는 말과 함께 돌아갔습니다.

J양이 찾아온 그 날 아침
친구는 다시 찾아온 J양을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한채
정신이 나간채로 한동안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신경과민이 아닐까 불안에 빠져있던 A군에게
주말 아침의 경고가 무색하리만큼 또 며칠간 J양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양이 어디선가 자신을 보고있을 거라며
A군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먹고,
항상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사람들이 없으면 엘레베이터는 탈 수 도 없었으며,
집까지 올라가는 길엔 항상 신발을 벗고 계단으로 숨죽여 걸어올라가는 나날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A군의 아파트 라인에서
엘레베이터 노후 고장으로 인해서 하루 종일 수리를 하는 날이 있었다고 합니다

A군의 아파트 엘레베이터는 수리중이었고
고층사는 사람들을 배려하여
'옆 아파트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옆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에 있는 통로를 통해 A군의 아파트로 올 수 있도록
A군 아파트 옥상의 문을 열어두었다는
안내문이 아파트 1층에 붙어있었습니다.

엘레베이터가 있던 없던 어차피 신발을 벗고 계단을 올라 집에 귀가했던 A군이었기 때문에
엘레베이터 점검은 뭐 있으나 마나한 불편하지도 않은 일이었는데,
그 날 따라 문득 A군은
옆 아파트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옆 아파트 옥상을 통해서
본인 아파트로 옥상으로 들어가
계단을 타고 내려가서
6층의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렇게 옆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마침 A군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A군의 아파트에서 종종 보았던 익숙한 주민들도 같이
옆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A군은 두 명의 아주머님과 함께 옆 아파트의 꼭대기 층인 15층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15층에 도착해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A군은 다시 한 번 겁에질린채로 주저앉았다고 합니다.

J양이 옆아파트 15층 엘레베이터 문 앞에서 뒷짐을 진채로 웃고있던 것이었습니다.
A군을 뒤로하고 아주머님들이 내리자
A군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주머님들을 따라갔고
J양은 A군 옆에 아주머님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가만히 뒷짐을 진채로 A군을 노려만 보았습니다.

오히려 엘레베이터가 열렸는데도
자기들을 쳐다보는 J양이 이상했는지 아주머님들이 흘끔흘끔 J양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J양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버렸습니다.

A군은
J양이 이대로 순순히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갔을까?
그냥 포기하지는 않을것이다

혹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척하고 내 등뒤에서 소리내지않고 조심스럽게 따라오고 있는거 아니겠지?
나 혼자있게 되는걸 노리는 것은 아니겠지?
라는 생각에

차마 A군의 집인 6층까지 계단을 뛰어 내려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아주머님들과 같이 A군의 아파트 꼭대기층에서
계단을 따라 같이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아주머님들은 고층에 사셔서 6층까지 계단을 내려가는 중간에
다들 집으로 들어가버리셨습니다.
혼자가 된 A군은 그제서야 허겁지겁 계단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10층
9층
8층
그리고 7층에서 6층으로 내려가려는 도중
A군은 멈춰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6층 계단 층계참과 복도 사이에서
J양이 친구를 바라보면서 씨익 웃고있었기 때문입니다.
J양을 보고 머리가 하얗게 된 채로 굳어있던 A군

J양이 뒷짐을 풀지않고 한 걸음씩 내딛자
A군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내려온 계단을 다시 미친듯이 뛰어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쉬지도 않고 정신없이 15층 꼭대기 옥상까지 올라간 A군은
한숨을 돌릴 수 도 없었습니다.
A군은..
A군의 아파트와 옆 아파트 사이의 통로에서
멈춰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옆 아파트를 내려가도 J양이 기다리고있을 것 같고
A군의 아파트로 내려가도 J양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에서 옥상에 불어오는 가을 바람을 맞으니
A군은 이빨이 딱딱 거릴 정도로 온몸이 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문득
뭘 해도 죽을 것만 같다
어디로 내려가더라도 J양에게 죽을 것 같다.
나는 오늘 죽는다라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자
J양의 손에 죽느니 그냥 내가 뛰어내려야하는건가? 라는 생각에
A군은 옥상난간을 부여잡고 흐느껴 울고있었습니다.

그렇게 옥상난간을 부여잡고있는 A군의 뒤로
자박 자박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소리를들은 A군은 사시나무 떨 듯 떨며 뒤돌아 보았으나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은 J양이 아닌 경비실 아저씨였습니다.

경비실 아저씨는 A군에게
난간에서 그러고 있는것은 위험하니 떨어지라고 타일렀고
A군은 경비실 아저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에
경비실 아저씨와 같이 A군의 아파트 꼭대기에서 6층을 향해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와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간신히 마음이 진정되었던
A군의 눈에
J양이 천천히 계단을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A군에겐 그 모습이
마치 너는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어라며 자신하는 듯
아주 태연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간신히 추스릴수 있었던 마음도
점점 가까워지며 행복한듯이 씨익 웃고있는 J양의 얼굴을 보자
심장이 떨어질 만큼 놀랄 수밖에 없었고
A군은 경비실 아저씨를 강하게 붙잡으며
울면서 J양이 기다리는 계단을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녀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다 못해
2미터 남짓 남았을 때 쯤일까
갑자기 경비실 아저씨가 A군의 양 팔을 꽉 붙잡았습니다.
놀란 A군은 경비실 아저씨를 돌아보았고

경비실 아저씨의 굳은 표정을 본 A군
'이건 아니다, 뭔가가 잘못되었다' 강하게 직감했습니다.
순간 허벅지가 불에 데인것처럼 화끈거렸고
다시 J양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느샌가 J양은 A군의 눈 바로 앞에서 소름돋게 씨익 웃고있었습니다.

A군은 화끈 화끈 거리는 발로
J양에게 발길질을 하며 그녀를 그대로 차버렸고
가만히 있으라며 A군의 팔을 강하게 부여잡는 경비실 아저씨에게
몸부림쳤습니다.

아저씨의 턱을 A군의 뒤통수로 연신 찍었던 덕분인지
간신히 두 팔이 자유로워진 A군은
넘어진채로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부여잡고 칼로 찌르는 J양을 지나쳐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놀리며 계단을 뛰어내려갔습니다.
도망치는동안에도 A군의 귓가에는
A군을 쫒아 뛰어내려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밖에 들리지 않았고

A군은 6층에서 자기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
이건 현관문열다가 무조건 잡힌다라는 생각에
그대로 1층까지 달려 내려갔습니다.

1층으로 나와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는 참에
천만다행으로 마침 장보고 들어오시는 A군의 어머님과 마주치게 되었고
어머님은 허벅지 다리에 피를 철철 흘리며 뛰어오는 A군을 보며 비명을 지르셨습니다.

A군은 어머님을 만나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자기 허벅지에 쏟아지는 피를보고 그대로 기절했다고 합니다.

그 날 J양은 계속해서 A군의 아파트를 배회하다
출동한 경찰에게 잡히게 되었는데

경찰이 그녀를 취조하면서 알아낸 얘기로는
채팅을 통해서 옆 여중에 재학중이라고 밝혔던 J양은
사실 중학생이 아니라 18살이었고
학교를 다니고 있지도 않았으며
정신과 치료를 받고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경비실 아저씨는 J양과 아무런 관계가 없던 사람이었는데
한 달 전부터 J양과 동거를 했었고
J양은
A군이 자신에게 입에 담을 수 도 없을만큼 심한 짓을 했다며
경비실 아저씨를 꼬셨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A군과 연락이 끊겨서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지만
제 지인들이 겪은 가장 충격적인 일 들 중 가장 무서운 썰입니다.

출처 : 디시인사이드 공포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