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가을, 나는 대학 시절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그 작은 마을을 발견했다. 버스가 막히는 도심을 빠져나와 국도 56번을 따라 가면, 차창 밖으로 보이는 논밭이 점점 빽빽한 숲으로 변하고, 그 사이로 가느다란 길이 한 줄만 남는다. 차가 멈추자마자 나는 차 안에서 들려오던 라디오의 잡음마저도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차문을 열고 내리니, 마을 입구에 놓인 오래된 목재 표지판에 "복성 마을"이라는 글씨가 흐릿하게 새겨져 있었다.

마을은 30여 가구 정도로 보였고, 집들은 모두 흙벽돌에 얇은 기와가 얹힌 전통적인 형태였다. 하지만 그곳 주민들의 표정은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 나는 마을 사람 중 한 명에게 길을 물었고, 그는 짧게 "우물가에 가시면 안내받으실 겁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그 말에 이끌려 나는 마을 중앙에 위치한 오래된 우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물은 석재로 만든 원형 구조였고, 물은 한밤중에도 반짝이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났다. 그때, 마을 주민들이 하나씩 우물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흰색 긴 로브를 입고 있었으며, 머리카락은 깔끔히 묶어 뒤로 넘겨져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마치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듯 깊고 차가웠다.

그들 중 한 명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새벽 3시, 별이 가장 밝게 빛나는 시간에 우리 마을을 지키는 존재와 교감합니다." 그는 작은 종을 울리며 손에 든 작은 나무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오래된 양초와, 검은 색의 작은 돌멩이가 들어 있었다. 그 돌멩이는 마치 촉감이 살아 있는 듯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그 순간 몸이 가볍게 떠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마을 사람들은 동시에 눈을 감고, 조용히 속삭이며 손을 우물 안에 넣었다. 물속에서 은은한 파장이 퍼져 나와 온 몸을 감싸는 듯했다.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 우물 주변의 나뭇잎을 흔들었고, 멀리서 들려오는 듯한 낮은 울음소리가 마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눈을 뜨자, 주변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나는 뭔가가 달라졌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가끔씩 밤에 우물가를 지나면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와 함께 익숙하지 않은 속삭임을 듣는다. 그리고 그 소리가 점점 내 안으로 스며들어,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를 기억하게 만든다.

그 마을을 떠난 뒤에도, 나는 종종 그곳에서 배운 의식의 리듬을 꿈속에서 되뇌인다. 혹시 그때 나는 무언가를 진정으로 보았을까, 아니면 내 머릿속에 새겨진 환상이었을까. 이제는 그 질문조차도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언제든 다시 그 우물 소리를 듣게 될 날이 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