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8년 여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야간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그날은 비가 얇게 내리던 목요일 밤, 시계는 새벽 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휴게소의 불빛은 흐릿했지만, 멀리서 트럭 엔진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나는 창가에 서서 그 트럭이 멈추길 기다렸다.
트럭이 멈추자, 운전석 문이 삐걱이며 열렸다. 차가운 바람에 실린 비냄새와 함께 중년의 남자가 내려왔다. 그는 검은 비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눈은 어두운 선글라스로 가려져 있었다. 나는 그에게 ‘잠시 쉬세요’라고 인사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만, 물 한 병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물병을 건네며 무언가를 속삭였다. ‘여기서 내려가면 안 돼…’ 그의 목소리는 마른 잎사귀가 부딪히는 소리처럼 가늘었다. 나는 당황해 물병을 받아들고 손에 쥐었다. 그 순간, 트럭 뒤쪽에 있는 적재함이 살짝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 소리를 무시하려 했지만, 적재함 문이 살며시 열렸다.
그 안에는 오래된 나무 상자 하나가 있었다. 상자 위에는 낡은 종이가 붙어 있었고, 그 종이에는 검은 잉크로 ‘돌아가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는 급히 물병을 내게서 빼앗아버리고, 트럭을 떠나려는 순간 트럭 엔진이 갑자기 꺼졌다. 어두운 밤공기 속에서 엔진이 멈추는 소리는 마치 무언가가 숨을 멎는 듯했다.
그때, 트럭 운전사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동자는 선글라스 뒤에서 빛을 반사하며, 나는 그의 눈동자 속에 작은 불빛 하나가 깜빡이는 걸 보았다. 그 불빛은 마치 촛불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했지만, 점점 커졌다. 나는 몸을 움츠리며 ‘뭐라고 했나요?’라고 물었지만, 그는 입을 열지 못한 채 입가에 얇은 미소만 남겼다.
그 순간, 트럭 뒤에서 끔찍한 냉기가 흘러내렸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급히 휴게소 안으로 뛰어들었다. 트럭 운전사는 나를 따라오지 않았고, 트럭은 다시 시동을 걸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뒤를 따르던 검은 그림자는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 그림자는 내 발밑을 스쳐 지나가며 차가운 손을 내 어깨에 얹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휴게소 관리자는 내가 겪은 일을 듣고는 ‘그 트럭은 10년 전 사고로 사망한 운전사가 운전하던 차라고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가끔 밤마다 그 트럭의 엔진 소리를 귀에 떠올린다. 아직도 그때 본 그의 눈동자와 불빛은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