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제 모국어는 영어가 아닙니다. 문법이나 철자 오류가 있더라도 미리 양해 부탁드릴게요!
이번 여름, 저는 열 살 때부터 꿈꿔왔던 일을 마침내 실행에 옮겼습니다. 스웨덴을 떠나 도쿄로 이사해 석 달 동안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한 거죠. 이제 도쿄에 온 지 7주가 지났는데, 저는 매 순간 당장이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끊고 싶은 충동과 싸우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 귀신이 씌었나 봐요. 너무 무섭습니다.
스웨덴 사람이 일본에 와서 겪는 문화 충격에 대해 길게 늘어놓진 않겠지만, 제가 겪은 가장 강렬했던 첫인상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볼게요. 제 경험상 장기 여행은 항상 '70 대 30'의 법칙을 따랐습니다. 70%는 인생에서 가장 멋진 시간(햇볕이 내리쬐는 해변에 누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삶)이고, 30%는 최악의 악몽(식중독에 시달리며 48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번 여행은 그 비율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도쿄 북쪽에 있었고, 첫 주에는 매일 도쿄 곳곳을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려고 노력했습니다. 모든 게 너무 인상적이었고 정말 좋았어요. 음식, 사람들, 언어, 도시 전체의 분위기까지 전부 다요. 단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기숙사였습니다. 저렴하고 편리해서 학교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제 룸메이트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착한 태국 여학생이었어요. 이사 온 날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참담했죠. 제 일본어 실력이란 게 "우체국이 어디예요?"나 "이거 얼마예요?" 같은 기초적인 수준이었거든요.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 쓸 만한 말은 아니었죠.
첫 주가 끝날 무렵, 스웨덴어나 영어로 대화할 사람이 거의 없어서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룸메이트는 항상 친구들을 방으로 데려왔는데, 저는 침대에 누워 공부를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려고 해도 그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짜증보다는 질투심이 컸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비행기로 15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있는데, 그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너무 즐거워 보였거든요. 그들이 집에 올 때마다 수다를 떨고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제 친구들이 더 미치도록 그리워졌습니다. 기숙사 주방과 공용 공간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려서, 방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딱히 갈 곳도 없었어요. 물론 친구를 사귀려고 더 노력했어야 한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언어 장벽이 너무 높았어요. 게다가 제가 공용 공간이나 주방에 들어갈 때마다 사람들의 대화가 몇 초간 뚝 끊기고 다들 저를 쳐다보는 탓에 상황은 더 어색해졌죠. 제 방과 기숙사 공용 공간을 모두 피해 다니는 짓은 오래 못 할 것 같았습니다. 도쿄라는 도시에 70% 반했고, 기숙사가 30% 싫었던 것. 여기까지는 제 장기 여행의 '70 대 30' 법칙이 정확히 들어맞았습니다.
2주 후, 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이사를 결심했습니다. 외국인이 도쿄에서 독립해서 집을 구하는 건 매우 어렵고 비용도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어요. 며칠 후, 학교에서 유일하게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기쁜 소식을 전했습니다. 학교 담당자가 보증을 서는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았다는 거였어요. 그 아파트는 야마노테선(도쿄 교통의 중심)을 타고 학교에서 딱 두 정거장 거리였고, 월세도 예상보다 저렴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너무 안도하고 기뻐서 침대에 눕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습니다. 룸메이트와 그 친구들이 TV로 한국 드라마를 보며 깔깔대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바로 다음 주말, 저는 커다란 배낭에 모든 짐을 쑤셔 넣고 새 아파트에 도착했습니다. 6월 셋째 주, 막 장마가 시작되어 날씨는 덥고 습했어요. 저는 온몸이 땀과 빗물로 흠뻑 젖어 있었습니다. 제가 평생 살아온 건조하고 시원한 스웨덴 날씨와는 정반대였고, 아파트의 에어컨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했어요. 새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파트는 아주 작았고 퀴퀴하면서도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다행히 바닥은 다다미가 아니라 마룻바닥이었어요. 다다미는 청소하는 법을 몰라서 부담스러웠거든요. 큰 배낭을 거실에 내려놓고 집안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거실에서 바로 이어지는 한 평도 안 되는 아주 작은 주방이 있었고, 좁은 복도 쪽에는 역시 아주 비좁은 화장실 겸 샤워실이 있었습니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이 필요해 보였지만, 그래도 구색은 다 갖춰져 있었어요. 전기, 욕실, 주방 모두 온수가 잘 나왔고요. 벽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군데군데 얼룩과 누런 자국이 있는 걸로 보아 적어도 10년은 된 것 같았습니다. 거실에는 일본 표준 크기보다 큰 창문이 두 개 있었고 그 위엔 금속 블라인드가 쳐져 있었습니다. 주방 쪽에도 천장 가까이에 작은 창문이 하나 있어서, 그 덕에 좁은 주방이 조금은 아늑해 보였어요. 아파트에는 가구가 거의 없었습니다. 거실 바닥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그 앞에 작은 탁자가 하나 있는 게 전부였죠. 책장도, 의자도, 식탁도 없었습니다.
짐을 정리하다가 거실의 붙박이 옷장(일본식 오시이레) 바닥 쪽에 수상한 수납공간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불이나 시트 등을 보관하는 수납장은 일본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바닥에 찰싹 붙어있는 수납장은 처음 봤어요. 손잡이가 없어서, 옷장 바닥과 수납장 문 사이의 좁은 틈에 손톱을 밀어 넣어 열어보려 했습니다. 손톱으로 틈 가장자리를 잡고 위로 당겨 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힘을 줘도 열리지 않았죠. 그러다 검지손톱 밑에 나무 가시가 깊게 박혔고, 저도 모르게 욕을 내뱉으며 포기해 버렸습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났고, 겨우 가시를 빼내고 나서도 몇 분 동안 욱신거렸어요. 다음 주에 집주인 사무실에 보험 서류에 서명하러 갈 때 이 수납장에 대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안 열리는 수납장이 대체 무슨 소용이야? 적어도 밖에서는 안 열리잖아.'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죠. 그 생각을 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그래서 그 생각은 애써 무시하기로 했어요.
저는 거실에 있는 다른 수납장들을 마저 샅샅이 뒤져보았습니다. 그러다 제 침대 위쪽 수납장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어요. 수납장 안쪽 깊숙한 바닥에 뭔가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두워서 휴대폰 손전등을 켜고 살펴봤죠. 손을 뻗어 꺼내 보니 담배 한 갑과 라이터였습니다. 이전 세입자는 대체 어떻게 이걸 숨겨놓고 까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저는 십 대 시절에 담배를 피우는 나쁜 습관이 있었지만, 스무 살이 넘으면서 거의 완전히 끊은 상태였습니다. 요즘은 아주 특별한 날에만 피우거든요. 담뱃갑은 검은색이었고 제가 모르는 일본 브랜드였습니다. 별생각 없이 가방에 챙겨 넣었어요. 첫 일본어 시험이 끝나면 한 대 피워볼까 싶었죠. 저는 이런 수납장 구경이 재밌었어요. 비록 먼지가 쌓여 있고 전 세입자가 두고 간 물건들이 남아있긴 했지만, 적어도 '안에 뭐가 들었는지'는 볼 수 있었으니까요. 대체 저 바닥에 있는 '잠긴 수납장' 안에는 뭐가 숨겨져 있는 걸까요? 갑자기 몇 년 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한 일본인 노숙 여성이 어떤 남자의 아파트 옷장에 무려 6년 동안이나 숨어 살았는데, 그 남자는 그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끔찍한 이야기요. 매일 남자가 출근하고 나면 여자는 옷장에서 나와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조금씩 주워 먹었다고 합니다. 결국 남자가 음식이 자꾸 없어지는 걸 눈치채고 카메라를 설치했고, 여자가 옷장에서 기어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는 충격적인 영상을 확인하게 된 거죠. 영상 속에서 그 여자는 옷장 바로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남자가 얼마나 소름 끼쳤을지 상상조차 안 되네요.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말이죠.
요리를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에, 내 주방에서 혼자 요리할 수 있다는 기쁨에 아까의 으스스한 수납장 생각은 금세 잊어버렸습니다. 오믈렛을 만들고 고기와 채소를 볶고 밥을 지었어요. 거실 바닥에 앉아 노트북으로 '릭 앤 모티'를 보면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마룻바닥을 가로질러 작은 주방으로 갔어요. 릭 앤 모티 소리는 여전히 배경음악처럼 흘러나오고 있었죠. 시끄러웠던 기숙사 생활 때문에 소리에 대한 역치가 바뀐 건지, 이 아파트의 고요함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설거지를 시작하려는데 옆방(거실)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어요. 노트북 소리 사이로 아주 희미하게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언가 나무를 긁는 소리 같았지만, 너무 작아서 거의 들릴락 말락 했어요. 저는 천천히 고무장갑을 벗고 옆방을 살짝 들여다봤습니다. 당연히 아무도 없었죠. 소리의 근원을 찾으려고 방을 살피다가, 방금 그 소리가 옷장 쪽에서 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마치 안에 쥐라도 들어있는 것처럼 닫힌 문을 작은 발톱으로 긁어대는 소리였어요. 그러다 갑자기 소리가 뚝 끊겼습니다. 그제야 제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방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마 옷장 뒤쪽 벽에 있는 배관에서 나는 소리일 거야.' 저는 제 상상력이 영화 <주온(The Grudge)>이나 <링> 같은 허황된 공포를 만들어내도록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 이 아파트가 마음에 들었고, 계속 여기서 살 거니까요. 저는 침대에 누워 이어폰을 꽂고 다시는 그 긁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볼륨을 높였습니다.
새벽 3시 30분, 저는 잠에서 깼습니다. 에어컨 온도를 너무 낮게 설정해 놔서 방 안이 냉동고처럼 얼어붙을 것 같았어요. 리모컨을 찾아 에어컨을 끄려고 손을 더듬거렸습니다. 방은 어두웠지만 잠들기 전에 분명 리모컨을 침대 바로 옆 바닥에 두었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더듬어도 리모컨은 없었습니다. 갑자기 옷장 생각이 나서 그쪽을 흘끗 쳐다봤습니다. 다행히 옷장은 굳게 닫혀 있었어요. 저는 일어나서 에어컨 본체의 버튼을 눌러 전원을 껐습니다. 그런데 에어컨이 꺼지자마자 제 등 뒤에서 무슨 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재빨리 뒤를 돌아봤어요. 마룻바닥 위를 가볍게 걷는 발소리 같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은 꽤 어두웠지만, 블라인드를 완전히 닫지 않은 탓에 틈새로 바깥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고 있었죠.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침대로 돌아가 막 누우려는 순간, 또 소리가 들렸습니다. 바로 그 옷장 바닥 수납장에서 나는 긁는 소리였어요! 아주 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수납장 문 '안쪽'을 긁어대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요. 처음 3~4초 정도 조용하더니, 이번엔 문 위쪽에서 소리가 나다가 아래로 뭔가를 긁어내리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내가 착각하는 걸 거야.' 저는 거의 몸을 던지다시피 침대로 뛰어들어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스웨덴 팟캐스트를 크게 틀어놓고는 이 모든 게 그냥 꿈이라고 스스로를 세뇌했어요. 내가 귀신 들린 일본 아파트로 이사 왔다는 생각은 무섭기도 했지만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거든요. '내가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거야. 내 상상력이 날 속이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 아파트는 정말 좋은 곳이야.' 잠들기 전까지 저는 속으로 이 말을 수도 없이 되뇌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잠옷이 땀으로 몸에 척척하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에어컨이 완전히 꺼져 있어서 마치 오븐 안에 갇힌 것 같았어요. 창문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저는 다시 에어컨 리모컨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좁은 방을 몇 분 동안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고, 결국 침대 위로 올라가 에어컨 전원을 직접 켜야 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 후, 저의 첫 번째 진짜 친구인 히로와 커피를 마셨어요. 히로는 오사카 출신의 일본인이지만 미국에서 2년 동안 살았기 때문에 영어로 대화하는 게 아주 편했습니다. 대학교 방과 후 동아리에서 만난 사이였죠. 그는 매우 친절했지만, 저는 어젯밤 제 아파트에서 있었던 그 기이한 일들에 대해서는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숙사를 나와 마침내 제 집을 구했다는 사실만 말해줬죠. 제가 사는 동네를 말해주자 그는 매우 놀라워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의 할머니가 제 아파트에서 불과 세 블록 떨어진 곳에 살고 계셨거든요. 도쿄가 얼마나 거대한 도시인지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우연이었습니다. 히로는 다음에 할머니 댁에 갈 때 꼭 저희 집에 들르겠다고 약속했고,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용한 빗방울이 현관문 밖에서 우산을 접는 제 위로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약간 찜찜했지만, 문고리를 돌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우산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고 문을 닫자, 문이 자동으로 잠기며 찰칵 소리가 났어요. 저는 재빨리 거실 불을 켜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뒤 주방에 장 봐온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저는 다시 한번 옷장을 열어 맨 아래쪽 바닥 수납장을 노려보았습니다. 무딘 칼을 가져와 여러 각도에서 틈새를 쑤시며 열어보려 했지만, 수납장은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새벽 3시. 저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또 그 소리가 들렸어요. 마룻바닥 위를 가볍게 두드리는 타닥거리는 발소리였습니다. 갑자기 온몸에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켰습니다. 옷장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자기 전에 분명히, 확실하게 닫아뒀는데 말이죠. 열려있는 옷장을 보는 순간 속이 뒤집히는 것 같았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저는 천천히 방을 가로질러 옷장으로 다가갔습니다. 식은땀 때문에 손이 미끄러워 휴대폰을 제대로 쥘 수조차 없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휴대폰을 꼭 쥐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마치 이 방에 나 혼자가 아닌 것처럼요. 물론 분명히 저 혼자였지만... 맞죠? 이 좁은 집에 다른 사람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고개를 돌려 현관문을 확인했습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습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옷장을 쳐다봤습니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죠. 등골이 오싹해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젠장. 진짜였어. 이 아파트에 진짜 귀신이 나오는 거였어.' 저는 조심스럽게 옷장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시선을 내려 문제의 그 '바닥 수납장'을 봤어요. 열려 있었습니다. 아주 비좁은 공간이었는데, 내부는 끔찍하게 더러웠어요. 축축한 곰팡이 냄새와 무언가 탄 나무 냄새가 섞인 역겨운 악취가 뿜어져 나왔습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와중에, 저는 수납장 위로 몸을 숙여 그 좁고 캄캄한 공간 안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수납장 바닥은 뽀얀 먼지와 길고 검은 머리카락, 온갖 쓰레기들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절대 거기에 있어서는 안 될 물건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어요. 연한 회색의 매끄러운 플라스틱. 잃어버렸던 제 에어컨 리모컨이었습니다.
그 순간 번개처럼 소름 끼치는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그 더러운 수납장 안에 살고 있는 게 대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저를 가지고 노는 걸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뒷걸음질을 쳤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와중에도 생존 본능에 이끌려 행동했습니다. 수납장 문을 쾅 닫으려고 손을 뻗었죠. 아니, 닫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문이 닫히지 않았어요. 두 손으로 문을 잡고 온 힘을 다해 짓눌렀지만 무언가가 틈새에 끼어 문을 막고 있었습니다. 몇 초간 낑낑대며 밀어붙이다가, 제 시선이 문 가장자리를 따라 아래로 향했고... 문의 오른쪽 모서리에 시선이 닿는 순간, 저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거기에 작은 손이 있었습니다. 수납장 안쪽에서 뻗어 나온 작은 손. 네 개의 손가락이 문 가장자리를 꽉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아까 불을 켜지 않았더라면 어두워서 알아차리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그건 분명히 거기에 있었습니다. 창백하고 핏기 없는 피부, 손톱 주변에 낀 시커먼 때, 그리고 관절 부위의 얇고 하얀 피부 아래로 징그럽게 비쳐 보이는 가느다란 푸른 핏줄. 마치 어린아이의 손 같았습니다. 제가 온 힘을 다해 문을 밀어붙일 때 그 작은 손가락들이 틈새에 짓눌렸을 거란 생각에 구역질이 났습니다. 제가 보는 바로 앞에서 그 작은 손이 문을 스르륵 놓았고, 문은 다시 수납장 안쪽으로 덜컹거리며 들어갔습니다. 머릿속 회로가 완전히 끊어져 버렸습니다. 눈에서는 소리 없는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어요. 저는 거의 1분 동안 그 수납장을 넋 나간 듯 쳐다보다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욕실로 도망쳤습니다. 2년 전 무릎 부상 때문에 처방받았던 수면제가 있었는데, 그걸 세 알이나 입에 털어 넣고 샤워실 바닥에 웅크려 누웠습니다. 약기운이 퍼져 깊은 잠에 빠져들기 직전, 거실 마룻바닥 쪽에서 또다시 타닥거리는 가벼운 발소리가 들린 것 같았습니다.
10시간 후, 저는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는 상태로 깼습니다. 태아처럼 웅크린 채 딱딱한 욕실 바닥에서 잤으니 당연했죠. 이미 학교 수업은 다 놓쳤다는 생각에 짜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왜 욕실에서 잤는지 떠올리는 순간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수면제를 세 알이나 먹은 탓에 머리가 몽롱했어요. 욕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오후의 환한 햇살이 거실을 비추고 있었고, 밤에 느꼈던 그 숨 막히는 공포는 조금 덜하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약기운 때문에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됐던 것 같아요. 입이 바짝 마르고 목이 따가워서 싱크대에서 물을 한 잔 마셨습니다.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어요. 물을 한 잔 더 떠서, 이번엔 옷장 문 앞에 주저앉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마셨습니다. '설마 꿈은 아니겠지? 뭐, 확인해 볼 방법은 하나뿐이잖아.' 저는 남은 물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저는 옷장 문을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다시 굳게 닫혀 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바닥 수납장 문은 여전히 열려 있었습니다. 간밤에 보았던 그 어둡고 더러운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였죠. 꿈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 역겨운 안쪽을 1초라도 더 보고 싶지 않아서 당장 문을 닫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을 잡으려는 순간, 수납장 안쪽에 있는 무언가가 눈에 들어와 흠칫 놀랐습니다. 불을 켰을 때도 시커멓게 보였던 수납장 안이 이제 대낮의 햇빛을 받아 훤히 보였는데, 그 열려있는 '수납장 문 안쪽 면'이 똑똑히 보였던 겁니다. 평소 닫혀 있을 때는 절대 밖에서 볼 수 없는, 수납장 내부를 향해 있는 그 안쪽 면이요. 문 안쪽 면에는 수많은 자국들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무를 길고 날카롭게 파낸 무수한 긁힌 자국들. 가장 깊게 파인 자국들 위에는 짙은 검붉은 얼룩이 묻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기괴한 무늬를 조각해 놓은 건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려고 몸을 앞으로 숙이는 순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납장 문을 잡으려다 전날 밤 틈새에 밀어 넣었던 제 검지손가락을 실수로 부딪혔습니다. 큰 나무 가시가 박혔던 바로 그 손가락이요. "헬베테(Helvete)!" 반사적으로 스웨덴어 욕설이 튀어나왔지만, 곧이어 엄청난 공포에 온몸이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상처 난 제 손가락을 번갈아 보며, 문 안쪽에 새겨진 그 기괴한 자국들의 정체를 깨달았거든요. 그건 작은 손가락들이, 아마도 피가 날 때까지 나무 가시에 찔려가면서, 안에서부터 문을 뜯어내고 탈출하려고 필사적으로 긁어댄 흔적이었습니다. 어젯밤, 아주 작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나무를 긁어대던 그 소리가 바로 이 짓을 하는 소리였던 겁니다. 수납장 안에 누군가 갇혀 있었던 거예요. 자국의 크기로 보아 어린아이처럼 아주 작은 손을 가진 무언가였습니다. 어젯밤 제가 밖에서 문을 닫지 못하게 끝까지 버티고 쥐고 있던 그 끔찍하고 작은 손처럼요. 누군가 제 머리 위로 얼음물을 한 바가지 들이부은 것 같았습니다. 극심한 공포가 밀려와 다시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물어야 했어요.
저는 미친 듯이 옷을 주워 입고 꼭 필요한 귀중품들만 가방에 쑤셔 넣기 시작했습니다. 침대 옆 벽 콘센트에서 휴대폰 충전기를 뽑으려는데, 바닥에 무언가 놓여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에어컨 리모컨이었습니다. 제가 욕실 바닥에 숨어 자는 동안, 어떻게 된 건지 리모컨이 다시 제 침대 옆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던 겁니다. 누군가의 더럽고 작은 손이 밤새 제 침대 옆까지 다가와 그걸 거기에 살포시 내려놓고 갔을 거라 생각하니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파트를 뛰쳐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우에노에 있는 한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히로에게 문자를 보내 너무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 밤 신세 좀 져야겠다고 부탁했어요. 히로는 지금 일이 바쁘지만 세 시간쯤 뒤에 이 카페로 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를 기다리는 세 시간 동안 지난 며칠간 겪었던 이 악몽 같은 일들을 정신없이 타이핑했습니다.
문제의 그 수납장 사진을 첨부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카메라만 켜면 휴대폰 전원이 픽픽 꺼져버리네요. 요즘 배터리 수명이 좀 간당간당하긴 한데, 그냥 폰 고장인지 아니면 '그 안에 있는 무언가'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짐을 빼러 그 집에 다시 가야 할 텐데, 그때 새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면 다시 올려보겠습니다.
출처 : 레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