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방에서 올라와서 지금 서울 낙성대쪽 빌라에서 자취하는 여대생임.
이사 온 지 세 달 정도 됐는데 진짜 이해가 안 가고 무서운 일이 있어서 잠도 못 자고 글 써봄.
처음 이사 오고 짐 정리할 때 싱크대 밑 구석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하나 발견했음. 어른 주먹만한 크기인데 못 자국 하나 없이 매끄럽고 퍼즐 조각들이 얽힌 것처럼 특이하게 생겼어. 근데 이게 열리는 틈이 아예 없거든? 흔들어보면 안에서 뭐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 전 세입자가 두고 간 건가 싶어서 그냥 식탁 위에 올려두고 며칠 지냈음.
근데 그 상자 꺼내고 나서부터 몸이 계속 안 좋더라고. 이유 없이 배가 쥐어짜듯이 아프고 생리통도 아닌데 하혈을 조금씩 하길래 병원 가봤는데 아무 이상 없대. 그냥 타지 생활 스트레스라 함. 아 그리고 이건 나중에 생각난 건데, 지난주에 과 동기 언니가 자고 갔거든? 근데 언니가 자다가 갑자기 숨을 못 쉬겠다고 일어나더니 코피를 엄청 쏟는 거야. 언니가 그 상자 보더니 기분 진짜 나쁘다고, 저거 때문에 너 몸 아픈 거 아니냐고 당장 버리라고 난리를 쳤음.
그날 밤에 너무 무서워서 상자를 다시 싱크대 밑 깊숙한 곳에 밀어 넣었거든. 근데 새벽에 자다가 깼는데 부엌 쪽에서 누가 손톱으로 나무 긁는 소리가 들리는 거야. 박박 긁는 소리가 아니라 드르륵, 드륵 하고 아주 천천히. 쥐 소리인가 싶어서 가만히 듣고 있는데 소리가 싱크대 쪽이 아니라 내 방 문 바로 앞에서 나더라고. 방 문틈으로 젖은 발자국이 슥 들어와 멈추는 게 보였음.
다음 날 건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마주쳤을 때 혹시 전 세입자 중에 이런 거 두고 간 사람 있냐고 물어봤거든. 아주머니가 상자 모양 듣더니 갑자기 사색이 돼서 그 얘긴 꺼내지도 말라고, 그거 발견했으면 그냥 산에 가서 묻어버리라고 절대 열지 말라며 도망치듯 가버리심.
진짜 너무 찝찝해서 어제 저녁에 그 상자를 종이봉투에 싸서 지하철 타고 세 정거장 가서 쓰레기통에 버리고 왔음. 집에 돌아와서 문도 꼭꼭 잠그고 잤는데, 오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비명이 나올 뻔했어.
그 상자가 내 배 위에 올려져 있더라. 분명히 버리고 온 건데, 손으로 만져보니까 상자가 미지근해. 마치 사람 피부처럼 따뜻하게 뛰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