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초, 나는 혼자서 강원도 인제의 작은 호수 근처에 있는 야영장을 예약했다. 차를 끌고 2시간을 달려 도착했을 때, 저녁 노을이 물 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텐트는 2인용이지만, 나는 혼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텐트를 펴고 나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이 섞여 있었다.
첫날 밤, 나는 캠프파이어를 피우고 라면을 끓이며 별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별빛이 물에 반사돼 물결처럼 일렁였다. 라면을 먹고 나서 텐트 안에 들어가자, 바깥에서 들려오던 바람 소리가 텐트 안에서도 미세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베개를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새벽 2시쯤, 텐트 안에 작은 물방울 소리가 뚝뚝 떨어졌다. 처음엔 이슬이라 생각했지만, 그 소리는 점점 규칙적인 리듬을 이루며 텐트 안을 두드렸다.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조심히 텐트 입구를 열어보았다. 차가운 공기가 새어나오고, 바깥은 여전히 어두웠다. 하지만 텐트 바닥 근처, 바위 위에 놓여 있던 작은 플라스틱 물통이 흔들리고 있었다. 물통 안에는 물이 가득 차 있었고, 그 물이 서서히 새어나와 바닥에 고였다.
나는 물통을 들어보려 손을 뻗었지만, 손이 닿자마자 갑자기 온몸에 서늘한 전류가 스쳐 지나갔다. 물통이 마치 살아있는 듯 흔들리며, 그 안에서 얕은 숨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숨소리는 점점 커졌다가 다시 작아졌다. 나는 급히 물통을 바닥에 놓고, 텐트 안을 살폈다. 텐트 내부는 그대로였지만, 바닥에 물이 고인 자리를 중심으로 작은 발자국이 원형으로 새겨져 있었다. 발자국은 물이 흘러내리며 사라졌다.
그 순간, 뒤에서 무언가가 살짝 스치는 소리가 났다. 나는 몸을 뒤로 젖혀 텐트 입구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스치듯 지나가며, 나뭇잎 사이에 흐릿한 실루엣이 스쳐 지나갔다. 그 실루엣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눈이 없고 입은 열려 있지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몸이 굳어버린 채 그 순간을 기다렸다.
그 실루엣은 텐트 옆 작은 나무에 머물다 사라졌다. 나는 급히 텐트를 정리하고, 캠핑장 관리인에게 상황을 알렸다. 관리인은 그곳이 예전에 작은 산사태가 있었던 장소라며, 물통에 남아 있던 물이 오래된 물이라 부식된 금속과 섞여 이상한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 밤에 들었던 숨소리와 실루엣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이제는 그 호수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바람에 실려오는 작은 물방울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