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라 충남 본가 내려갔을 때 일임. 우리 집 진짜 깡촌이라 주변에 다 논이고 좀만 나가면 바다 나오는 그런 곳인데 그날 진짜 더웠음.

낮 두 시쯤인가 거실 에어컨 밑에 누워있는데 베란다 너머 멀리 논 한가운데에 뭐가 있더라고. 처음엔 허수아비인 줄 알았는데 색깔이 너무 하얀 거야. 종이처럼 하얀 게 혼자 흐느적거리면서 춤추는 것 같았음. 바람도 안 부는데 걔만 고무풍선 인형처럼 좌우로 흔들리더라.

궁금해서 계속 봤음. 아 그리고 이건 나중에 생각난 건데 그때 우리 집 개가 마루 밑에서 낑낑거리면서 절대 안 나오더라. 평소엔 산책 가자고 난리 치는 앤데 걔가 그러는 거 처음 봤음.

한참 보는데 갑자기 그 하얀 게 딱 멈추더니 천천히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거임. 얼굴은 안 보이는데 나랑 눈 마주쳤다는 생각이 딱 들었음. 기분 이상해서 커튼 치고 방으로 들어갔어.

저녁에 슈퍼 가다 앞집 할머니 만났는데 낮에 논에서 하얀 거 봤다니까 갑자기 정색함. 그거 쳐다보지 마라 눈 마주치면 못 돌아온다 딱 이 말만 하고 집으로 들어가심.

근데 진짜는 그날 밤이었음. 자려고 누웠는데 창문 밖에서 슥 슥 소리가 들리는 거야. 우리 집 2층인데 창문 밖은 그냥 마당이고 나무도 없거든. 커튼 틈으로 봤는데 낮에 본 그 하얀 게 마당에 서 있었음. 걔가 마당 바닥에 발을 대고 있는데 무릎도 없이 2층 창문까지 몸이 쑥 올라와 있더라. 창문에 바짝 붙어서 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음.

너무 무서워서 이불 뒤집어쓰고 아침까지 버텼음. 담날 보니까 논에는 아무것도 없고 부모님은 내가 헛거 본 거라고 함. 혹시 비슷한 경험 있는 분? ㅠ

나 어제 서울 자취방 올라왔는데 아까 빨래 널려고 베란다 나갔다가 창틀에서 길고 하얀 실오라기 같은 거 발견했어. 우리 집엔 이런 거 없는데 이게 자꾸 길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