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3년 차임. 주로 서울 외곽 노후 주택가 도는데 동암동 그쪽은 진짜 길 안 좋음. 1톤 탑차 몰고 들어가면 사이드미러 닿을락 말락 해서 신경 곤두서는데 그날은 비까지 와서 바닥도 미끄러웠음.

새벽 3시쯤 앱 보니까 120가구 남았길래 마음 급해서 뛰었음. 신선식품 박스랑 생수 6개들이 두 묶음 들고 어느 낡은 기와집 대문 앞으로 감. 대문 옆에 담벼락처럼 붙은 작은 칸이 하나 있었는데, 딱 봐도 예전에 쓰던 재래식 화장실이었음.

박스 내려놓고 완료 사진 찍으려는데 화장실 안에서 슥, 슥, 하고 빗질하는 소리가 남. 분명 문에 녹슨 자물쇠가 밖에서 채워져 있었는데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게 이상했음. 빨리 가려는데 안에서 "똑바로 해야지..." 하는 소리가 들림. 여자 같기도 하고 노인 같기도 한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사진 찍고 차로 감. 백미러로 보니까 문틈 사이로 젖은 머리카락 같은 게 한 움큼 삐져나와 있었음.

조장한테 물어보니까 거기 주인 할머니 10년 전에 죽었다고 함. 찝찝해서 배송 갈 때마다 조장이 시킨 대로 헛기침 크게 세 번씩 했음. 근데 며칠 전에 헛기침 세 번 하니까 내 바로 뒤에서 똑같이 에헴, 에헴 하고 따라 하는 소리가 들림. 내 목소리랑 똑같았음.

뒤도 안 돌아보고 차에 탔는데 대시보드 위에 가위로 자른 것 같은 머리카락이 한 가닥 있었음. 손으로 집으니까 내 검지손가락을 한번 꽉 감았다가 풀림. 분명히 머리카락인데 근육처럼 꿈틀거리는 느낌이었음.

어제부터는 차 뒷좌석에서 슥, 슥 소리 남. 백미러로 보면 아무도 없는데 안전벨트 미착용 경고등은 자꾸 들어옴. 그 구역 다른 기사한테 넘겼는데 오늘 아침에 그 기사한테 카톡 왔음.

탑차 적재함에 여자 머리카락 뭉텅이로 떨어져 있는데 형님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