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시작한 지 이제 3년 좀 넘었음. 주로 충북 쪽 외곽 노선을 도는데 거기가 새벽에 안개가 진짜 심함. 하이빔 켜고 기어가는 게 일상임. 작년 가을쯤 달안저수지 끼고 들어가는 단독주택 배송 건이 하나 잡혔음.
새벽 3시가 좀 넘었는데 안개가 유독 끈적했음. 차 유리창에 맺히는 게 물기가 아니라 무슨 기름기처럼 미끌거리는 기분이었음. 저수지 둑길 따라서 차를 모는데 갑자기 저수지 안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음. 사람이 있을 시간이 아닌데 물속에서 자갈을 굴리는 것 같은 육중한 소리가 계속 났음.
주택 대문 앞에 프레시백 두 개 내려놓고 사진을 찍으려는데 배송 앱이 자꾸 오류가 났음. 위치를 못 잡는다고 뜨는데 이상한 건 내 차 번호가 앱 화면에 자꾸 거꾸로 찍혀서 나왔음. 짜증 나서 핸드폰 흔드는데 등 뒤 저수지 쪽에서 누가 내 이름을 불렀음. 아주 작게 속삭이는데 분명히 내 이름이었음. 뒤를 돌아봤는데 안개 때문에 물가는 하나도 안 보이고 검은 수면만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음.
차로 돌아와서 운전대를 잡았는데 차 뒷부분이 훅 가라앉는 느낌이 났음. 타이어가 터졌나 싶어서 백미러를 봤는데 탑차 지붕 위로 시커먼 게 슥 지나갔음. 그게 엄청 길었음. 내 차가 2.5미터 높이인데 지붕 위를 훑고 지나가는 소리가 쇠사슬 끄는 것처럼 무겁고 길게 이어졌음. 주변에 나무도 없는 탁 트인 둑길이었음.
일단 차가 주저앉으니까 시동을 걸고 밟았음. 근데 핸들이 안 돌아갔음. 누가 밖에서 바퀴를 꽉 잡고 있는 것처럼 묵직했음. 겨우 힘줘서 돌리는데 창문 밖으로 비늘 같은 게 보였음. 성인 손바닥보다 큰 비늘들이 촘촘하게 박힌 뭔가가 차 옆면을 다 덮으면서 저수지 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음. 물로 들어갈 때 소리가 안 났음. 그냥 안개 속으로 녹아드는 것 같았음.
다음 날 아침에 거점 휴게소에서 밥 먹다가 거기 현지인인 반장님한테 그 집 얘기를 했음. 저수지 배송 가는데 차가 좀 이상했다고 하니까 반장님이 숟가락 놓고 나를 빤히 쳐다봤음. 거기는 원래 비 오는 날이나 안개 낀 날에는 배송 순서를 맨 뒤로 빼거나 아예 안 가는 곳이라고 했음. 예전에 저수지 준설 공사할 때 포크레인 기사가 물속에서 엄청나게 큰 쇠사슬 뭉치를 건드린 뒤로 공사가 중단됐다는 소리만 해줬음.
그 얘길 듣고 나서 차를 살펴봤는데 탑차 옆면에 진흙 같은 게 잔뜩 묻어 있었음. 근데 그게 위에서 아래로 흐른 게 아니라 밑에서 위로 훑고 지나간 모양이었음. 세차해도 그 자리는 비린내가 안 빠져서 한참 고생했음.
요즘은 그 구역 노선을 다른 기사가 담당함. 그 사람은 별일 없냐고 가끔 물어보고 싶은데 그냥 입 닫고 있음. 어제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신발장에서 그 비린내가 나고 있었음. 분명히 문을 닫아놨는데 방바닥에 저수지 물 같은 게 길게 한 줄로 고여 있음.
